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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 맞서 ‘국가 의지’ 결집할 때다

기사입력 | 2017-09-12 12:02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로부터 대한민국의 안보와 번영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가 초미의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학술행사든 정치집회든 술자리 모임이든 안보 위기가 주요 메뉴다. 북핵 대응 방안을 둘러싼 공론의 장이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해 매우 유익한 일이다. 다만, 안보 위기에 대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토론이 내부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켜 자칫 아무런 결정도 못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무성한 북핵 대응 방안들을 간략히 정리하고 장단점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비핵(非核)평화론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를 시작해 북한의 핵무기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 등을 교환하는 협상을 하자는 주장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에서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까지를 요구할 것이고, 북한은 대북(對北) 제재 해제와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양측의 요구들을 주고받는 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대화론의 핵심이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는 북한을 이러한 대화의 장에 나오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방안이 성공하면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의문점도 많다.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는가.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충분한 압박과 제재를 가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은 북한의 비핵화 합의를 전제로 주한미군의 철수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서로 만족할 만한 타결점을 찾기 어려울 수 있는 이유들이기도 하다.

둘째, 공포의 균형론이다.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을 고려할 때, 북한 핵무기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반입하거나 우리 스스로 핵무장 하는 방안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데 전자는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에 동의할 것이라는 기대에 기초하고 있고, 후자는 우리가 주변국들의 반대로 ‘풀을 뜯어 먹고사는 한이 있더라도’ 핵무기를 가질 결심을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강대국들 사이에서나,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보듯 상호 핵무장을 통한 공포의 균형이 안보를 보장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핵에는 핵으로’라는 단순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주변국들의 강력한 반대와 국민적 의견 수렴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가 핵무장의 길을 선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핵무장론의 설득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선뜻 이 길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셋째, 압도적 재래식 무장론이다. 북한을 압도할 정도의 첨단 재래식 무기를 대폭 확충함으로써 북한이 우리를 위협할 엄두도 못 내게 하자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북한이 핵무기로 선제공격을 못 할 것이며, 공격한다면 오히려 재래식 무기로 서해 5도를 침범하는 등의 국지전(局地戰)을 벌일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의 핵우산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기대도 포함하고 있다. 이 입장은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의 전술핵 재반입이나 우리나라의 핵무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방비 지출을 지금보다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인지, 미국의 핵우산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한·미 동맹을 잘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위의 세 가지 방안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그리고 상호배타적이지도 않다. 대화를 시도하면서도 핵무장을 고려해야 하고 첨단 재래식 무기도 확충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어느 방안이든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국민의 뜻을 모아야 한다. 핵을 가진 북한과 협상을 타결하려면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고, 핵무장을 하려면 주변국들의 압박을 견뎌내야 하며, 첨단의 재래식 무기 확충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고 한·미 동맹을 강력하게 유지하려 해도 국민적 의지를 결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우리 정치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 여기에 있다. 북한의 핵무장이라는 생존의 위협 앞에 나라다운 나라, 국민다운 국민이 해야 할 일을 정립하는 데 정치가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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