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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 58장 연방대통령 - 20

기사입력 | 2017-09-12 12:12

“자, 그럼.”

자리에서 일어선 서동수가 김동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합니다.”

“예, 대통령님.”

김동일이 서동수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자주 뵙겠습니다.”

서동수는 웃음 띤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언제든지.”

인수인계는 간단했다. 절차도 필요 없고 자리를 비우기만 하면 된다. 하야를 발표한 지 오늘로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만장일치로 김동일의 후계 체제를 승인했고 유라시아 연방대통령 후보로 추천했다. 집무실 밖까지 따라 나온 김동일에게 손을 들어 보인 서동수가 유병선과 함께 건물 앞으로 나왔다. 오후 3시 반, 대통령 비서관들이 건물 앞에서 서동수를 배웅할 예정이었지만 그것도 취소시켰다. TV 보도도 금지했기 때문에 강한 항의를 받았지만 나중에 기회를 만들어서 인사를 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고 무마시켰다. 그래서 서동수는 건물 앞에 대기시킨 차량 편으로 평양 공항으로 간 후에 그곳에서 곧장 서울의 ‘동성’ 본사로 날아갈 예정이다. 차가 출발했을 때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유병선을 보았다.

“우리가 동성에서 정치권에 들어간 지 몇 년 만에 돌아가나?”

“10년이 조금 안 되었습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야. 그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지요.”

“안 특보가 같이 나오고 싶어 했는데 미안하군.”

“곧 따라 나오겠지요.”

“와이프가 제일 좋아해.”

어느덧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마음 놓고 여행을 가자는군.”

“저도 그렇습니다.”

“그럼 같이 가지.”

“싫습니다.”

“왜?”

“여행까지 가서 대통령님 비서실장 노릇 하기는 싫습니다.”

“아니, 이 사람이.”

“저도 대장 노릇을 해 봐야지요.”

“이 사람 본심이 나오는군.”

둘의 시선이 마주쳤고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좌석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대통령에서 기업 회장으로 돌아가려니 대통령 될 때보다 더 설레는군.”

“대통령 비서실장에서 기업 회장 비서실장으로 돌아간 인사는 저 하나뿐일 것입니다.”

“난 동성 임직원 정년을 없앨 테니까 마음 놓고 근무하라고.”

“10년 동안 기업 실무에서 손을 떼었으니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어느덧 차가 평양 공항에 닿았고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던 하선옥이 다가왔다. 하선옥도 밝은 얼굴이다.

“여보, 의전 행사가 없으니 옷에 묻은 장식물을 모두 뗀 것처럼 개운하네요.”

“그래? 허전하지는 않고?”

다가선 서동수가 지그시 하선옥을 보았다. 비행기는 이제 ‘동성’의 전용기다. 전용기로 다가가자 기장과 스튜어디스가 그들을 맞았다.

“과연 갑자기 변하니까 어색하네요.”

20인승 전용기 안으로 들어서면서 하선옥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개운할 줄은 몰랐어요.”

자리에 앉은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유라시아연방 대통령에 취임했다면 5년은 더 권좌에 앉아 있게 될 것이었다. 거기에서 연임을 하면 10년이다. 서동수의 시선이 하선옥과 유병선을 훑고 지나갔다. 욕심을 버리면 이렇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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