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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획·제작 김연준 소록도성당 신부

“아픔의 땅 소록도 100년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분들이기에 돌아가시기 전에 두 분에 대한 기억을 정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습니다.”

17일 저녁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공무원과 가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세종청사에서 상영돼 잔잔한 감동을 던진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기획·제작한 소록도성당 김연준(48·작은 사진) 주임 신부는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닌, 더 크고 위대한 삶을 살아온 두 간호사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마리안느 수퇴거(여·83·큰 사진 왼쪽)와 마가렛 피사렉(여·82·〃 오른쪽)은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사로 각각 43년, 39년간 무보수로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돌봐와 ‘할매 천사’로 불린다.

사단법인 ‘마리안느 마가렛’ 이사장인 김 신부는 “두 할매 천사는 가장 가난하고 버림받은 소록도 한센인들의 환부를 만지고 피고름을 닦아줬다”며 “또 고국인 오스트리아에 한센병 치료약을 보내줄 것을 호소하는 등 환자들을 돌보는 데 몸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두 할매 천사 덕분에 많은 환자의 병세가 크게 호전돼 사회에 진출하기도 했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소록도 사람들의 친구이자 어머니였던 두 할매 천사에게 큰 빚을 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할매 천사의 헌신에 대해 우리가 침묵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우리가 진 빚을 갚아야 한다”며 “감사할 것에 감사하는 것이 국격의 회복이고 인간성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수퇴거와 피사렉 두 사람은 지난 2005년 고령에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해지자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홀연히 고국으로 떠났다. 김 신부는 “두 분은 수녀가 아닌 자원봉사 간호사였음에도 수녀님이라 불렸던 탓에 다들 수녀원에서 두 분의 노후를 알아서 챙겨줄 것이라 생각하고 두 분이 빈손으로 떠나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수녀가 아니어서 건강이 악화된 두 분을 오스트리아 친지와 정부가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퇴거는 몇 년 전 대장암에 걸렸으나 지금은 호전된 상태며 피사렉은 치매 증상으로 인스브룩시 시립양로원에 머물고 있다.

이에 이 총리가 두 할매 천사의 노벨평화상 추진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 총리는 전남지사 시절인 올해 4월 김 신부와 함께 이 영화를 본 뒤 “40년간 헌신한 두 간호사에 대한 노벨평화상을 추진하자”고 적극적으로 제안해 마리안느-마가렛 노벨평화상 범국민 추천위원회가 다음 달 구성될 예정이다. 위원장은 김황식 전 총리가 맡았다. 이 총리는 “두 할매 천사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나의 내면에도 이타심의 DNA가 숨 쉬고 있었다는 자각을 주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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