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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2) 57장 갑남을녀 - 5

기사입력 | 2017-07-22 09:01

다가온 오복수가 이성갑에게 물었다.

“대통령하고 푸틴이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할 것 같나?”

“글쎄요.”

이성갑이 컴퓨터에서 시선을 떼고는 오복수를 올려다보았다. 이성갑은 ‘부르스타 컴퓨터’의 AS실 책임자라 독방을 쓴다.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오후 2시 반,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일과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다.

“유라시아연방 초대 대통령 선출 문제를 상의한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던데요.”

“그렇지.”

옆쪽 의자를 당겨앉은 오복수가 말을 이었다.

“아마 푸틴한테 초대 대통령을 권할 거야. 그것도 종편에서 보도되었어.”

“다른 종편 채널에서는 서 대통령한테 푸틴이 권할 것이라고 보도하던데요?”

“그럴 수도 있지.”

오복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가능성을 미리 언론에 퍼뜨리는 것이지. 그래야 충격이 덜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 머릿속에 주입시키는 효과도 있고 또 여론도 알 수가 있거든.”

“치밀하게 계산한다는 겁니까?”

“그렇지.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계산된 행동이라고 보면 돼.”

“저 같은 사람은 먹고살기 바빠서 그런 거 신경도 못 썼습니다.”

“나도 3년 전에 이곳으로 흘러들어 왔을 때는 그런 거 신경도 안 썼어. 다 마찬가지야.”

오복수는 직원이 50명 가깝게 있지만 입사 며칠밖에 안 되는 이성갑하고 자주 이야기를 한다. 아마 자신이 식당에서 직접 발굴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복수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하니까 우리가 신경을 안 쓰더라도 정치하고 다 연결이 되어 있더구먼. 사회 분위기하고 말이야. 내가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것도, 그리고 네가 여기 온 것도 그 분위기를 탄 거야.”

“그렇군요.”

“뭔가를 기대하고 왔어.”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게 이렇게 만들어 준 서동수 덕분이야.”

이성갑의 시선을 받은 오복수가 빙그레 웃었다.

“내가 3년 전, 이곳에 오기 전만 해도 서동수가 극혐이었지. 왠지 싫었어.”

“제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놈들도 많더라고요.”

이성갑의 머릿속에 김유미의 모습이 떠올랐다가 지워졌다. 김유미는 서동수의 팬이었다. 그때 오복수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서동수 추종자가 되었어. 내가 팬클럽의 고문이야. 물론 고문이 100명쯤 되지만,”

“저도 가입할까요?”

그런데 서동수 팬클럽은 수천 개가 된다. 모두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이다.

“어, 그래. 내가 적어주지.”

오복수가 책상 위에 놓인 쪽지에다 팬클럽 주소를 적으면서 말했다.

“이건 유라시아그룹 회장 김광도 씨가 지원해 주는 팬클럽이야. 그래서 유라시아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많이 가입하고 있어. 회원이 5만 명쯤 돼.”

“그렇군요.”

쪽지를 받아든 이성갑이 당장 자판을 두드려 팬카페에 들어갔다. 오복수가 숨을 죽이고 이성갑의 현란한 손놀림을 본다. 이성갑이 가입 절차를 밟으면서 이 세상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오복수의 ‘부르스타 컴퓨터’는 일감 대부분을 유라시아그룹에서 받아 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성갑도 몇 다리만 걸치면 서동수하고 인연이 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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