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中 원전산업 전시회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원자력 발전 산업 전시회에서 경호원이 관람객들을 둘러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현재 美·佛·러 이어 세계 4위
세계서 가장 빠른 원전수 증가
3년 뒤 美 이어 세계 2위 목표

화룽-1호 국산화율 90% 달해
一帶一路 따라 원전 수출 야심
수출 규모 165조원 육박할 듯

중국이 ‘원전굴기(原電굴起)’에 나서고 있다. 원자력 발전을 통해 빠르게 늘고 있는 전력 수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독자 개발한 원전 기술을 앞세워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0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은 원전 35기를 운영 중이고 발전 규모 면에서 미국, 프랑스, 러시아의 뒤를 잇는 세계 4위 원전 강국이다. 중국은 추가적으로 27기의 원전을 건설 중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원전 수가 증가하는 국가다. 중국은 2020년까지 90여 기의 원전을 가동해 미국에 이어 세계 2대 원전 대국으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등에서 원자력발전소 기술을 도입해 원전건설을 했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 폭발 사고가 발생하자 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2012년 프랑스 원전 설계를 바탕으로 개량형경수로 ACP1000 원전 개발에 성공하며 국산 원전시대를 열었다. 이후 안전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을 통해 2014년 다시 원전건설을 재개했다. 2015년 3세대 원자로 화룽(華龍)-1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화룽-1호는 국산화율이 90%에 달하며 일본 후쿠시마 사고 같은 원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소폭발 안전성과 단전사고에 대한 대처능력을 보강했다. 중국 국무원은 2015년 4월 화룽-1호를 채택한 원자로 건설을 승인하면서 자국 원전을 전 세계로 수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중국이 원전에 공을 들이게 된 것은 전력 수요가 워낙 빠르게 늘고 있어 다양한 방식의 발전 설비를 늘려야 하는 데다 기후변화 대응에도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발전 설비를 늘리되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와 각종 유해물질 과다 배출 때문에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힌 석탄 화력발전 중심의 에너지 산업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꿔야 하는 두 가지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와 병행해 원전 개발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작성한 13차 5개년규획(2016~2020년) 전력발전계획에 따르면 2020년 원전 발전용량은 5800만㎾로 증가해 지난해 연말 대비 7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현재 중국의 발전설비 용량에서 2%대에 불과한 원자력 비중을 2020년까지 3%대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 원전 현황을 보면 미국이 99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으며 프랑스(58기), 중국·러시아(35기) 등의 순이다. 현재 프랑스는 과도한 원전 의존도를 축소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정했는데 중국이 예정대로 원전 건설을 진행할 경우 조만간 원전 강국인 프랑스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원전기업은 모두 국영기업으로 중국광핵그룹(중광핵, CGNPG), 중국핵공업그룹(중핵그룹, CNNC), 중국전력투자그룹(국전투그룹, CPI) 등 3곳이다. 중광핵은 19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으며 연간 총 발전량은 2038만㎾다. 현재 9기의 원전을 건설 중이다. 중핵그룹은 14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1151만㎾를 발전하고 있다. 현재 11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국전투그룹은 2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447만㎾의 발전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원전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와 맞물려 원전수출은 거대한 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핵그룹에 따르면 일대일로 주변국 60개 국가는 이미 원전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2030년까지 약 200기 원전 건설이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이 중 30기 원전 수주는 너끈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1기 건설단가가 약 300억 위안대임을 감안한다면 중국의 원전수출 규모는 1조 위안(약 16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