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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제2 국무회의를 신설하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한 대통령의 발언에도 나타나듯이 지방분권은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정책이 될 것이다. 사회의 다원화와 함께 국민의 요구와 수요는 점점 더 다양한 모습으로 도처에서 발현되고, 저성장이 평상의 조건이 된 국가경제는 새로운 활기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국가 운영을 중앙정부만 도맡아 할 재간이 없다.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함께 새로운 경제·사회적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곳곳에 산재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국정 운영은 중앙정부 주도의 단극적 방식으로는 성공을 기약할 수 없다. 지방분권이 그 자체로서 목적 가치는 아니지만, 국정 운영을 다극화해 안정시키고, 국가의 문제 해결 능력을 제고하며, 지방자치를 건강하게 정착시키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할 필요조건이다. 결국, 우리는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민 복리를 증대시키며, 민주주의를 안정적으로 성숙시키기 위해 지방분권적 국정 운영을 지향하는 것이다.

지방분권화를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지방분권화는 ‘지자체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지방분권화 정책의 큰 한계는 지방분권화를 단지 행정자치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행정 권한 이전으로 봐 온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치조직권, 자치행정권, 자치입법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자치재정권도 많이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지방분권화가 필요한 진짜 중요한 이유는, 지자체가 지역 기업을 더 지원하고 싶어도, 초·중·고교 교육 지원을 강화하고 싶어도, 지역의 강에 오염된 물이 더는 흐르지 않게 하고 싶어도 그들이 지닌 정책 수단이 별로 없는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자치부뿐만이 아니라 여러 중앙 부처가 개별법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정책 수단들을 지자체에 적극적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진국들에 있어 지방정부의 가장 큰 업무는 지역경제를 도모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도 매우 필요한 일이다. 지자체가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더욱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중앙 부처에 집중된 산업정책 수단을 지자체에 많이 넘겨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행자부 등의 분권 컨트롤타워 기능을 보강하고 지방분권에 대한 범부처적 접근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둘째, 지방분권화가 더 이상 중앙과 지방의 기관이 서로 권한을 주고받는 일로만 끝나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집행부와 지방의회에 권한이 많아졌다고 해서 그 권한이 곧 주민을 위해 사용되고, 주민의 생활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종종 주민의 눈에서 보아 지방분권화는 권한이 중앙의 권력자에게서 지방의 권력자에게로 이전되는 것에 불과한 ‘그들 사이의 일’이고, 심지어 ‘지방 유지(有志)들의 잔치’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치경찰 제도가 도입되면 그 자치경찰이 과연 지역의 범죄율을 줄일지, 그리고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수사를 제대로 할지를 더욱 더 신경 써서 검토하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방분권화의 영향과 혜택이 지방 기관과 지역 유지에 머물지 않고, 주민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셋째, 지방분권화는 지방 사이의 격차 확대를 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치재정권을 크게 강화할 경우, 경제 상황이 좋은 곳과 그렇지 못한 곳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앙이 전체 세금의 80%를 걷고, 이를 다시 지방의 상황을 고려해 차등으로 나눠줌으로써 지역 간 형평을 도모하는 국가다. 지자체가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게 할 경우에는 세수(稅收) 기반이 충분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 사이에 지나친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재정 조정의 묘가 필요하다. 그리고 세수 기반이 부족한 지자체의 발전 잠재력을 보강하기 위한 노력도 많이 기울여야 한다.

지방분권화는 지방의 문제를 더 잘 찾아 풀어내고, 시민 민주주의의 내용을 깊게 하는 길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방분권화의 혜택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다층적 협력 관계가 적절히 형성되고, 지방자치가 건강하게 이뤄질 때 기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