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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사진) 감독의 별명은 ‘봉테일’입니다. 워낙 꼼꼼하게 영화를 만드는 그의 이름 뒤에 ‘디테일’을 붙인 것으로, 그는 이 별명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즐기는 듯합니다.

그의 신작 ‘옥자’가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19일(현지시간) 최초 공개됐고, 20일에는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영화는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거대 돼지 옥자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성현)와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100%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진 옥자는 사랑스럽게 다가오고, 옥자를 구하기 위해 미국 뉴욕까지 날아가 맹활약을 펼치는 미자는 인류 미래를 책임질 것 같은 강인함이 느껴집니다.

이런 느낌은 ‘봉테일’이 숨겨놓은 장치 덕에 더욱 강하게 다가옵니다. 옥자를 유전자 조작 회사 실험실에 들여보내 그들의 흉악한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동물보호단체 단원이 거짓 통역을 하는 장면에서 두 손가락을 붙이는 그의 손을 클로즈업해 잠깐 보여줍니다. 또 그가 거짓말을 고백하는 장면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됩니다.

영화를 두 번째 볼 때 이 장면을 발견했고, 봉 감독에게 어떤 장치냐고 질문했더니 그는 반색을 하며 “그 장면을 고민하며 넣어놓고 누군가 알아주길 바랐는데 칸영화제에서 영화를 본 사람 중 처음 발견해줘 뿌듯하다”며 “피노키오의 길어지는 코처럼 거짓말을 신체와 연결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봉 감독은 또 ‘옥자’ 속에 자신의 최고 흥행작인 ‘괴물’의 ‘셀프 오마주’(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 장면을 넣기도 했습니다. 옥자가 지하도로 들어가 처음 만나는 사람이 주한미군이고, 동물보호단체 단원들은 경찰을 피해 한강으로 뛰어듭니다.

이 영화 관계자의 전언을 들어보니 ‘봉테일’은 작품 밖에서도 작용합니다. 전 세계 기자들에게 영화를 공개하기 전날 저녁 식사를 하던 봉 감독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점검해야겠다”며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고 합니다.

영화가 공개된 후 기자, 평론가들의 평점은 ‘낫 배드’(Not Bad·나쁘지 않다) 정도로 나왔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5점 만점을 주기도 했고요. 이런 평가에 대해 봉 감독은 “속이 새카맣게 탔다”고 유머러스하게 반응했습니다. 여유를 보였지만 생애 처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그는 내심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클 겁니다.

경쟁부문 심사위원들이 영화 곳곳에 숨겨 놓은 ‘봉테일’의 장치들을 놓치지 않고 세세히 들여다봐 준다면 수상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올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박찬욱 감독은 봉 감독과 절친하니 그의 디테일을 잘 이해하겠지만 다른 심사위원들은 얼마나 찾아낼지 궁금합니다.

대중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