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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지상파 리메이크 등 러브콜
‘터널’ 해외 방송채널 선판매
김은희작가, 넷플릭스 손잡아

‘장르물’이 한류 콘텐츠 시장을 바꾸고 있다. ‘겨울연가’와 ‘대장금’으로 대표되던 사극과 멜로물의 시대를 지나,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 후예’가 이룩한 로맨틱 코미디(로코) 시대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는 모양새다.

엄밀하게 말하면 ‘장르물’이란 장르는 없다. 등장 인물의 ‘사랑놀음’을 최대한 배제하고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등 이야기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작품을 통상 장르물이라 부른다.

그 동안 장르물은 국내에서 ‘마이너’로 분류됐다. 미국 장르물 ‘CSI’, ‘ER’, ‘크리미널 마인드’ 등에는 열광하면서도 정작 한국에서는 제작 시도가 드물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사랑 이야기가 갖는 폭발력이 크고,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톱스타들도 로코로 몰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장르물은 외면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류의 중심이었던 중국이 빗장을 굳게 건 사이 서양에서는 한국형 장르물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란 작가가 집필한 ‘신의 선물’(2014년)은 올여름 미국 지상파 ABC에서 ‘섬웨어 비트윈(Somewhere Between)’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된다. 지난해 tvN 드라마 ‘시그널’로 장르물의 새 장을 연 김은희 작가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김 작가를 발굴해 ‘싸인’, ‘쓰리데이즈’ 등 한국의 대표적 장르물을 만든 김용훈 골든썸픽쳐스 대표는 “모두의 관심이 로코로 쏠려 방송사 편성과 캐스팅조차 어려웠지만 성공 사례가 나오며 장르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며 “오히려 미국, 유럽 시장은 장르물을 선호하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 안에 갇혀 있던 한류 콘텐츠의 저변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르물의 명가로 평가받고 있는 케이블채널 OCN이 ‘38사기동대’와 ‘보이스’에 이어 선보인 배우 최진혁 주연의 ‘터널’(극본 김은미·사진)은 방송 10회 만에 시청률 5.413%(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해 역대 OCN 드라마 최고 시청률 경신을 목전에 뒀다. 또 호화 캐스팅과 스타작가를 앞세웠지만 1%대 시청률까지 추락한 tvN ‘시카고 타자기’보다 비교우위를 점하며 CJ E&M의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밖에 ‘터널’은 미국 드라마피버와 비키, 동남아시아 뷰(VIU), 대만 iQiyi 등 다양한 해외 채널에 선판매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방송되면서 한국형 장르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CJ E&M 측은 “긴장감 넘치는 대본과 ‘상속자들’, ‘운명처럼 널 사랑해’와 같은 한류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았던 최진혁의 인지도가 맞물며 해외 제작사들로부터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