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의 제니퍼 베일리 목사가 주도한 ‘100일, 100번의 만찬’ 프로젝트에 참여해 만찬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지지하는 정당이나 좋아하는 정치인은 달라도 저녁을 함께하면서 상대를 이해하는 자리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100일, 100번의 만찬 홈페이지 캡처

- ‘100 - 100 만찬’ 프로젝트

트럼프 대통령 취임한 날부터
美 전역에서 동시다발적 개최

음식 가져와 함께 나눠먹으며
정치성향 다른 이들끼리 소통

“100일 동안, 100번의 만찬을 개최합니다.”

인종·성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극심한 분열을 앓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치유’를 위한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소개한 ‘100일, 100번의 만찬(100 Days, 100 Dinners)’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말 그대로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4월 29일까지 100일간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만찬을 통해 다양한 계층 간 인식의 격차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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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www.100days100dinners.us)를 통해 만찬 주최나 참여를 신청하면 되는데, 만찬은 8명 안팎의 참석자들이 각자 음식을 가져와 함께 나누는 ‘팟럭(Potluck)’ 형식으로 진행된다. 프로젝트 달력에 따르면 지난 21일에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젬이라는 이름의 주최자가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만찬 공간을 제공하고, 24일 오후 7시에는 하산이 워싱턴에서 만찬을 주최하는 식이다.

프로젝트 창립자는 제니퍼 베일리 목사로, 베일리 목사는 2014년 소수인종과 동성애자 등의 권익을 위해 설립된 ‘신앙이 중요하다 네트워크(Faith Matters Network)’ 국장이다. 베일리 목사는 “한자리에 모여 빵을 함께 나눠 먹는 것은 고대부터 유래된, 화합을 위한 최고의 관습이었다”면서 “만찬 초대는 관용과 개방성을 보여주는 작은 제스처로, 트럼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 간에 소통을 넓혀보자는 취지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론 프로젝트가 그다지 성공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낮은 인지도로 참여자 수가 지금까지 총 600여 명으로 많지 않은 데다, 프로젝트 주최 단체가 기본적으로 진보적 성향이다 보니 숨어 있는 보수 성향의 트럼프 지지자인 ‘샤이(shy) 트럼프’ 참여율은 더욱 낮다. 만찬에 8명이 참석했다고 하면 트럼프 지지자는 1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 프로젝트가 의미가 있는 것은 미국에서 양분화된 사회를 치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고, 미약하더라도 공감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는 데 있다.

한국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분열될 대로 분열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던 촛불집회가 한쪽에 있다면, 다른 한쪽에는 탄핵에 반대하던 태극기집회가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대선 승리를 위해 5월 9일까지 이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인위적으로 보일지라도 한국에서도 치유를 위한 노력이 당장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미미하더라도 종교·사회단체가 앞장서 치유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어떨까.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