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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빈틈없는 ‘다국적 암살단 꼬리자르기’… 장기미제 되나

정충신 기자 | 2017-02-17 12:08

‘김정남 암살’ 면밀한 각본

北 개입 흔적은 철저히 지워
‘검출 힘든 독극물’ 가능성도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암살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북한 공작원 추정 40대 남성 등이 북한의 개입 흔적을 지우기 위해 제3국 여권을 소지한 다국적 청부업자들을 고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청부업자들을 동원해 백주대낮에 국제공항 로비에서 불과 5초 만에 전광석화처럼 독극물 범행을 실행에 옮기는 등 나흘간의 사건 전개 과정은 꼬리 짜르기를 위한 빈틈없는 원격조종과 주도면밀한 각본이 있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도주한 4명의 남성이 검거되지 않을 경우 국제적인 의혹 사건으로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17일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큰아들로 백두혈통인 김정남의 사인을 정확히 밝히기보다 사건 은폐에 급급한 북한 대사관 측의 행태는 자신들이 김정남 독살에 깊숙이 개입돼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달라붙어 말레이시아 경찰과 정부 인사 등 외교 경로를 통해 시신 부검 자체를 반대했다고 현지 매체인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전했다.

북한 측이 시신 인도를 요구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측이 김정남 시신에 대한 부검이 실시되기 전 시신을 즉시 화장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부검이 당초 예정됐던 13일에서 늦춰져 15일 진행된 것은 북한 관료들이 이 시신에 대한 관할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며 부검을 막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측이 말레이시아 경찰에 독극물 피살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해 수사 방해공작을 펼친 셈이다. 아맛 자힛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모든 수사와 검사를 마친 뒤 관련 절차를 밟아 시신을 북한에 인도하겠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번 사건 배후로 북한 공작업무 총괄기구인 정찰총국 소속으로 보이는 40대 남성을 추적 중이라고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13일 김정남 피살 후 북한 정보기관 개입설이 현지 언론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보 관계자들은 북한 정찰총국 등이 동남아 현지인 청부업자들을 고용해 다국적 암살단을 조직, 범행에 이용한 뒤 꼬리 짜르기를 통해 북한 소행을 은폐하기 위한 용의주도한 각본으로 분석하고 있다. 40대 남성 등 배후 조기 검거에 실패할 경우 수사가 장기화하는 등 국제 미제 사건으로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검거된 베트남,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 용의자들이 북한 배후 세력에 매수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말레이시아 정부가 16일 시신 부검을 마치고 확보한 샘플을 분석기관에 넘겼다고 밝힌 가운데 자힛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김정남의 사인은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인의 가능성이 높은 신호전달억제물질(신경억제제)의 경우 극미량만 주입하거나 흡입·흡수했다면 샘플 분석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북한 공작기관에서 여러 화학물질을 결합한 새 독극물을 사용했을 경우 제대로 검출이 안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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