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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이 될 걸 예견하지 못했던 걸까. 지난 13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등 5개 부문을 석권한 아델. 이날 아델이 입은 지방시의 녹색 드레스는 단정했으나, 다소 소박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중세 왕족 결혼식에서 신부를 돕는 들러리를 연상케 한다”며 “이번 그래미에서 일부 빅스타들의 드레스 코드는 ‘겸손함’인 것 같다”고 평했다. 화려하진 않았으나, 사실 아델은 트렌드를 정확하게 짚었다. 색채기업 팬톤사에서 선정한 ‘올해의 색’이 바로 녹색 계열을 통칭하는 ‘그리너리’다. 이미 런웨이 위를 점령한 ‘그린’이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 초록과 함께 새 계절이 온다 … 올해의 컬러 ‘그리너리’= 아델 외에도 셀린 디옹, 펜타토닉스의 커스틴 말도나도 등 많은 아티스트가 그래미 어워즈에서 그린을 선택했다. 팬톤이 말하는 ‘그리너리’는 구체적으로 싱그럽고 상쾌한 녹지, 푸른 잔디가 생각나게 하는 ‘녹색 나뭇잎’이라는 의미로, 새로운 생명, 생기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컬러이기도 하다. 자연, 식물, 건강과 연계돼 있어 채도가 낮아도 활기찬 이미지가 포함돼 있다.

런웨이 위에서 그리너리에 가장 가까운 컬러감을 뽐낸 건 메종 마르지엘라의 니트 스웨터. 봄의 풋풋함이 느껴진다. 옐로 컬러 가방과 함께 매치해 한층 더 사랑스러워 보인다. 마이클 코어스는 그리너리와 플라워 패턴의 조합을 선보였다. 그리너리를 기본으로 화이트와 블루 등 다채로운 컬러의 향연이 펼쳐지고, 크고 작은 플라워 패턴이 생동감을 더하니 환상적인 컬래버레이션 아닌가. 베르사체는 보다 채도가 높은 선명한 그린 컬러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 일상을 휴가처럼 …‘버케이션 프린트’가 뜬다 = 바캉스 룩의 대표 문양이었던 열대 지역의 화려한 꽃, 나뭇잎 문양이 연초부터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일명 ‘하와이안 셔츠’도 보통 여름용, 또는 휴양지용으로 여겨졌는데 올해는 봄부터 등장할 조짐.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버케이션(휴가) 프린트’. 매일, 일상을 휴가처럼 여유 있게 보내고 싶은 도시인들의 바람이 담겨 있는 것 아닐까. 버케이션 프린트는 기본적으로 강렬한 트로피컬 문양을 모티브로 한다. 화려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게 특징이다.

막스마라는 트로피칼리아(1960년대 이후 브라질 예술 및 음악 전반에서 일어난 열대주의 운동)에 동참했던 리나 보 바르디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은 봄·여름 컬렉션을 발표했는데, 바르디가 선호하던 동식물상을 토대로 풍성한 열대우림 프린트를 완성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드로잉 기법의 프린트로 이국적인 버케이션 패턴을 선보였다. 다양한 컬러의 꽃들이 만개해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이 버케이션 프린트는 올해의 컬러인 그리너리와도 매우 잘 어울려 패션계의 사랑을 받을 전망. 화려한 프린트라 믹스매치가 중요. 오버핏의 라이더 재킷이나 스웨터와 레이어드 하면 정돈된 느낌을 줄 수 있다.

◇ 스트라이프의 진화 … 비대칭 줄무늬 패턴 = 니트 제품과 줄무늬 패턴으로 유명한 소니아 리키엘은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서 디자이너 리키엘을 추모하는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다양한 컬러로 줄무늬를 표현해 그 어느 때보다 생동감 넘치는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그래미 어워즈에서 비욘세가 입은 드레스로 주목받은 프로엔자 스쿨러도 여러 형태의 줄무늬를 다르게 배치, 율동감 넘치는 룩을 선보였다. 특히, 블랙&화이트라는 단순한 컬러 조합을 줄의 간격과 배치의 변형만으로 색다르게 연출하는 재치를 보여줬다.

비대칭 의상은 단일 아이템으로 착용하기는 쉽지만 겉옷을 함께 매치하기가 은근히 어렵다. 오버핏 아우터로 전체를 감싸면 비대칭의 매력이 사라지고 평범해 보인다. 만일 치마를 비대칭 줄무늬로 선택했다면, 짧은 재킷을 잠그고 착용해 스커트를 강조해야 멋스럽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베르사체·메종 마르지엘라·막스마라·드리스 반 노튼·프로엔자 스쿨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