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홍준표 경남지사가 16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서울고법, 1심 유죄판결 파기
“돈 전달자 진술 믿기 어려워”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63) 경남지사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이 파기되고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상주)는 16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범죄 사실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는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하는데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중에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이 엇갈린 점을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육성 녹음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남긴 유언이고,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돈을 줬다’는 취지를 볼 때 홍 지사에게 개인적인 감정으로 거짓을 말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홍 지사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 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홍 지사 측은 “윤 전 부사장 진술 중에서 의원회관에 출입해 돈을 전달한 과정과 관련해 검찰 진술과 1심 법정 증언이 변경됐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근을 통해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홍 지사에게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금품 전달자의 일부 진술이 객관적 사실이나 다른 사람의 진술과 일부 일치하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금품 전달 과정에 대해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한 홍 지사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현금 1억 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사건은 자원개발비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2015년 4월 자살하면서 유력 정치인 8명의 이름과 액수 등이 적힌 메모를 남기며 촉발됐다. 검찰 수사를 통해 이 중 홍 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만 기소됐다. 이 전 총리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후 지난해 9월 27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가 담당한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