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은은한 빛과 향으로 안정감을 주는 양초, 도자기 머그잔과 집 모양 LED 램프, 장식품으로 활용도 높은 디퓨저, 자연을 모티프로 한 쿠션, 아까시나무로 만든 샐러드 볼, 원목 의자(왼쪽 시계 방향으로) 등 휘게 라이프를 위한 디자인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자주·올라 카일리·GHGM 제공

덴마크식 ‘휘게 라이프’ 열풍

좋아하는 차를 마시며, 눈 내리는 창밖을 감상한다. 온 가족이 떠난 캠핑. 모닥불 앞에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다. 약속 없는 휴일, 푸근한 잠옷을 입고 옛날 영화를 본다. 경험을 했든 안 했든, 편안하고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다. 2017년 트렌드 키워드로 떠오른 덴마크식 ‘휘게’라이프는 바로 이러한 ‘느낌’을 사는 거다.

영어의 ‘웰빙’이나 우리말 ‘참살이’와는 좀 다르다. 휘게는 보다 간소하고 느리며 안락한 상태를 추구한다. 세상엔 분명 그런 분위기를 지닌 존재들이 있다. 그것은 맛, 소리, 빛, 향, 촉감일 수도 있고 시각적인 것일 수도 있다. 내 공간 한 귀퉁이를 이들에게 내어주는 것. 그게 휘게 라이프의 첫걸음. 약간의 ‘행복한’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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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은한 빛과 향 = 가장 손쉽고 신속하게 휘게를 조성하는 방법은 양초. 유럽에서 가장 많은 양초를 켜는 나라가 바로 덴마크다. 코펜하겐의 ‘행복연구소’ 마크 바이킹 CEO는 저서인 ‘휘게 라이프’(위즈덤하우스)에서 덴마크 사람의 85%가 휘게 하면 양초를 떠올릴 거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양초 없는 휘게는 팥 없는 팥빵”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휘게 열풍이 불기 전부터 방안을 그윽하게 밝혀주고 달콤한 향이 깃든 향초가 유행했다. 파라핀 등 유해성분이 아닌 천연 소이 왁스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인기가 높다. 사실 덴마크인들은 향초를 인위적인 것으로 여기며, 유기농 천연 양초를 선호한다고. 하지만 은은하고 적당한 향이라면, 휘게 지수를 더 높여줄지도 모른다.

소박함을 추구하며 물질주의를 지양하는 휘게.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좀 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조명. 바이킹 CEO는 휘게 십계명의 첫 번째로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라고 조언한다. 덴마크를 비롯해 북유럽 사람들이 조명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는, 다수의 조명 브랜드가 이 지역에서 탄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제1계명이고 하니 투자해보면 어떨까. 라문의 ‘깜빠넬로 뮤즈’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최근 손자를 위해 만든 조명으로, 스위스 음악 치료 편곡가와 협업, 마음을 안정시키는 빛의 파장과 오르골 음악을 함께 담았다. 휴대 가능한 사이즈(높이 11.6㎝, 너비 6.5㎝)로 거실, 자녀 방, 저녁 테이블 위 어디에 두어도 빛을 발한다. 자주(JAJU)의 나무 손잡이 테이블 램프(왼쪽 위 사진)도 하얀 천과 어우러져 빈티지(낡고 오래된 듯한 느낌)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도자기로 된 집 모양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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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색과 촉감 = 휘게 소품은 오감을 동원해서 찾아내야 하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자연의 색과 질감, 촉감 등이 느껴지는 아이템, 즉 사회가 더 빠르고 복잡해질수록 갈망하게 되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따라가면 된다. 추억이 깃든 사진첩이나 안식을 주는 음악, 나무 질감이 느껴지는 장식, 빈티지 소품, 도자기 꽃병, 청량감이 느껴지는 색감의 쿠션, 따듯한 촉감의 담요와 러그(발판) 등이다. 거실, 침실도 괜찮고 사무실의 작은 공간도 상관없다. 이런 소품들은 놓이는 순간부터 휘게 에너지를 끌어들이니까. 울적하거나 할 때 사람들이 ‘단것’을 찾곤 하는데, 달콤한 케이크나 초콜릿 역시 덴마크인들이 선호하는 휘게의 맛이다.

코오롱의 패션브랜드 에피그램은 원목을 소재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GHGM(Good Hand Good Mind)과 컬래버레이션한 라이프스타일 소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나무 도마와 보조의자, 테이프 디스펜서 등 자연의 질감을 살린 생활·사무용품들이 눈과 손을 즐겁게 한다. 자주에서는 단단한 아까시나무(아카시아)를 통으로 깎아 만든 샐러드 볼 세트가 인기다. 나무의 색감과 나이테가 그대로 드러나 더욱 멋스럽다. 굵은 짜임새가 두드러지는 원형 러그와 사각 스툴(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작은 의자)은 거실이나 침실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든다.

도자기도 정감이 가득한 소재다. 접시나 머그, 화병을 고를 때 염두에 두면 좋다. 덴마크에서는 꽃병 때문에 웹사이트가 작동을 멈춘 사건이 있었다. 2014년 케흘러 꽃병 한정판 출시 당시, 1만6000명이 온라인에 동시 접속했던 ‘꽃병 게이트’다. 마음에 드는 꽃병 하나가 휘게 라이프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 기분 좋아지는 디자인, 삶이 반짝거릴 수 있는 아이템에 늘 초점을 맞추고 살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다. 올라 카일리의 나뭇잎 모티브 디자인도 자연을 가까이하는 휘게 라이프와 잘 맞는다. 색채 전문기업 팬톤에서 ‘올해의 색’으로 선정한 그린 역시 ‘휘겔리한’ 삶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