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나전(螺鈿) 자연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낸 전복껍데기가 오색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다. 나전(螺鈿)이란 광채 나는 자개로 불리는 전복·소라 등의 껍데기를 여러 모양으로 박아 넣거나 붙여서 장식하는 공예 기법으로, 그렇게 완성된 공예품을 ‘나전칠기’, 만드는 사람을 나전장이라 한다.

폭염속 나전칠기 작업장

강원도 출장길에 대형 작품 한 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현란한 빛으로 학들이 날갯짓을 하고 소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 사슴들이 놀라서 귀를 쫑긋거린다. 원주시청 로비에 걸린 자개로 만든 도원 십장생도다. 문득 기억 저편에 있던 향수가 꿈틀거린다. 어릴 적 안방에 있던 검고 큰 장롱에도 무지갯빛을 품은 학과 사슴들이 뛰어놀았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오묘한 빛깔이 ‘조개껍데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작품을 만든 장인의 정교한 솜씨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원주시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 작품을 만든 이형만(71) 나전장의 작업장이 있다.

알싸한 옻향이 코끝을 찌른다. 실톱으로 자개를 자르고 자개 위를 덮은 옻칠을 벗겨내며 30도를 넘는 더위 속에 작업장은 구슬땀을 흘리는 선생과 문하생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칠순이 넘은 나이지만 이형만 나전장은 이곳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에 쏟는다.

“자기 체면에 엮여서 여기까지 왔어요.”

작품 하나를 만들고 나면 아쉬움이 남아 다음 작품을 계속 만들게 되고 그런 세월이 쌓여 반백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생활방식이 달라지면서 자개농이 일상에서 자취를 감출 때도 선생은 고된 작업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전통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고된 작업을 제자들과 매일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영롱하고 생생하다. 모든 공정을 마친 작품을 천으로 닦아내자 자연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낸 자개들이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난다. 남루한 공방에서 화려한 꽃을 피운 오색영롱한 작품 위에 비로소 장인의 미소가 피어오른다.

원주=글·사진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그리고… 밑그림 그리기. 연꽃 등의 식물무늬와 사군자 무늬가 즐겨 사용된다.

이미지 크게보기자르고… 주름질 하기. 자개를 도안에 따라 오리거나 자르고 줄칼로 다듬어 만드는 과정.

이미지 크게보기칠하고… 옻칠하기. 옻칠을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고와지고 표면이 더욱 견고해진다.

이미지 크게보기벗기고… 칠긁기. 칼로 자개 위를 덮은 칠을 긁어낸다.

이미지 크게보기광내고… 광내기. 자연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낸 자개들이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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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강원 원주시 단계동에 있는 전통공예연구소에서 이형만 나전장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