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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자동개입’ 조항없는 한·미 방위조약

日과도 공동대처 명시
자동개입할 여지 남겨

한·미 방위조약 따르면
美대통령이 파병하려해도
의회서 거부땐 지원 불발

한미연합사령관‘전략지시’
본국 증원요청 가능하지만
공식조약·협정 아닌데다
美시퀘스터도 방위 악영향

유난히 한국에서 국방과 안보를 놓고 자주론과 동맹론이 충돌을 빚어온 것은 한·미 동맹을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자체에 포함된 애매한 내용 때문이다.

요컨대 미국과 서방 사이에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통해 유사시 ‘즉각(forthwith) 지원’한다는 이른바 ‘자동개입’ 조항이 있고, 일본 역시 유사시 미국의 자동개입 여지를 남겼지만 한국의 경우 명확한 규정이 없다. 또 미국이 고도의 핵 능력을 통해 북의 핵 도발을 막아낸다는 ‘확산억제’의 골간인 ‘핵우산’ 제공도 하나의 약속일 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게 아니어서, 미국에 절대 의존하는 대한민국의 안보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외부 공격 시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하도록 돼 있다. 즉각적인 지원을 통한 자동개입이 아니라 미 대통령이 결정하고 의회가 승인하는 것을 포함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조약 제2조는 ‘당사국 중 어느 일국이 외부 무력공격을 당할 경우 당사국은 협의하고…(중략)…무력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강화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고 돼어 있다. 또 제 3조는 ‘각 당사국은 무력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해 놓았다. 그 어디에도 유사시 조약 당사국을 ‘즉각 지원’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특히 헌법상의 절차에 따르면 미국의 전쟁 선포나 참전, 파병 등은 대통령 권한이 아니라 의회의 권한이다. 만약 미 의회가 한반도 유사시 위기 해결을 위한 증원군 파병을 거부한다면 미국이 한국에 안보 지원을 하려는 시도는 무위로 그치게 된다. 그만큼 ‘헌법상의 절차’라는 건 불안하고 막연하다.

이 경우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전략지시 1호’뿐이다. 연합사령관이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으로부터 위임받은 한반도 방위 임무의 하나로 본국에 증원군을 요청하는 것이 바로 ‘전략지시 1호’이다. 하지만 ‘전략지시 1호’는 국가 간 공식 조약이나 협정이 아니고 낮은 수준의 행정규칙이나 지침에 불과하다. 또 60만여 명의 증원군, 5개의 항모 전단, 3000대의 전투기 동원을 골자로 하는 작계5027도 240만 명의 병력을 보유했던 과거 시절 얘기이지 절반 가까이로 감축된 현 시점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의 재정 상황이 악화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반면 나토의 경우 조약 제5항은 ‘한 동맹국이 무력 공격을 당하면 즉각 이것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유엔 헌장 51조에서 승인한 개별적이고 집단적인 자위권 차원에서 피침국에 대해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이른바 미국의 자동개입 조항이다. 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인 2014년 발트3국을 방문해 자동개입을 명문화한 조약 제5항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도 미국이 자동개입하는 것으로 충분히 해석할 여지를 남겼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해 양국의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의 새 지침을 마련했다. 원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새 지침에서는 양국이 ‘평시부터 유사시(무력 충돌)까지 빈틈없이 협력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유사시 미국이 자동개입하는 것으로 해석될 만한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유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