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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수 / 아프리카미래전략센터 대표

2016년 벽두, 다보스포럼은 불안한 세계 경제 상황 탓에 분위기가 위축된 가운데 인공 지능이나 로봇 등 신기술로 대표되는 이른바 제4 산업혁명을 그나마 긍정적인 화두 중 하나로 꼽았다.

아프리카는 원자재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에 중국과 교역 의존도가 높고, 국제 신용 평가가 낮아 금융 차입 비용이 높은 대륙이라 올해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그래서 올해 다보스 회의 순서 중 ‘제4 산업혁명과 아프리카의 도전’이라는 패널 토의에 더 관심이 갔다.

아직 인구 10명 중 7명은 전기를 쓰지 못하는 아프리카에 데이터 클라우딩, 3D 프린터, 사물인터넷(IoT) 같은 제4 산업혁명 기술들은 무슨 의미일까? 지난 12년간 두 자리 성장을 이룩한 에티오피아의 총리, 1994년 인종 청소의 참극을 겪고 성공적인 국가 개혁에 나서고 있는 르완다의 대통령 등 패널 참가자들의 답변은 인상적이었다.

요지는 아프리카가 인프라 등 분야에서 뒤처진 게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 진입에 장애라기보다 오히려 ‘건너뛰기(leap frogging)’의 기회라는 것이었다. 케냐에서 개발된 M페사(M-Pesa)는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한 송금 솔루션이다. 케냐는 전화선 보급률은 1%도 안 되지만, 휴대전화는 국민의 70% 이상이 갖고 있다. M페사는 전화선 설치나 은행 지점·계좌 개설 없이 케냐 국민 대다수가 휴대전화로 송금·예금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순식간에 연결 혁명과 인터넷 뱅킹을 실현했다.

역시 케냐에서 시작된 M코파(M-Kopa)는 외딴 마을 주민들에게 소형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공급해 주고 휴대전화 송금 방식으로 요금을 받는 사업이다. 그런데 국가 송전망에서 소외된 곳에서는 휴대전화 충전조차 어려운 대다수 아프리카 지역에 실용적 전력 공급 모델로 각광 받고 있다. 전기·전화선 등 인프라의 부족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 아이디어를 자극하고 제4 산업혁명 기술로 그 아이디어들을 실용화하는 과정이 지금 아프리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는 결제 시스템 등 e커머스(e-commerce)와 물류, 시장 정보 제공, 소액 금융 등 분야에서 기술 창업이 성행하며 국제 벤처 투자가들이 아프리카 기술 창업에 펀딩하는 액수가 증가 일로다. 남아공, 나이지리아와 함께 아프리카 기술 창업을 주도하는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가 도시모멘텀지수(CMI) 기준 혁신도시 순위에서 서울과 도쿄(東京)를 앞서 세계 11위를 차지하며, 아프리카의 ‘실리콘 사바나’로 불린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휴대전화 보급 증가율과 인터넷의 확장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이를 이용한 정보기술(IT) 시장도 고성장 중인 아프리카에 대한 IBM, 페이스북, 구글 등 세계적 IT 기업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고, 위챗 등 중국산 단문메시지서비스(SMS)도 아프리카 확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2016년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을 4.3%로 전망한다. 악화한 세계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다른 대륙에 비해 높은 수치다. 특히,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르완다 등 이른바 ‘비(非)자원국’들이 경제 발전에 정치적 의지를 갖고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 등에 힘입어 성장의 주역이 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여기에 더해 혁신적 기업가 정신과 아이디어로 제4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프리카의 성장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자원 없이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이 강점인 한국의 경험을 아프리카 유망국들이 다시 실험해 보는 듯하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지를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