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타고난 체격에 비례… 최대산소섭취량은 훈련 통해 향상 가능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지난 8월 열린 2015 베이징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자 100m, 200m를 또다시 제패하자 사람들의 궁금증은 그의 신체구조로 쏠렸다. 도대체 어떤 심장을 가졌기에, 얼마나 폐 기능이 좋기에 그렇게 빨리 달리는 것일까.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에서 황영조(현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가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부에선 황영조의 금메달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폐활량 유전자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황영조의 모친은 숨을 오래 참는 것으로 유명한 해녀로 알려져 있다.

폐활량과 육상 선수 기록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연구가 이뤄진 적이 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의 성봉주 박사는 2010~2014년까지 육상 선수들을 대상으로 체력과 훈련의 효과를 연구,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달리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폐활량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최대산소섭취량에 주목해야 한다.

폐활량은 인체의 가장 기초적인 호흡 능력이다. 폐활량을 측정할 때는 최대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양쪽 코를 막고 호흡계의 튜브를 통해 빠른 속도로 공기를 내쉬도록 한다. 이렇게 2~3회를 실시한 평균치를 폐활량으로 간주한다. 일반 남성의 최대 폐활량은 약 3500㏄, 여성은 2500㏄ 정도다. 육상 선수들의 폐활량은 이보다 높다. 마라톤 국가대표 평균은 4700㏄이고, 최고는 6130㏄의 유치웅(옥천군청)이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지영준(코오롱)이 5440㏄로 당시 조사 대상자 중 ‘톱3’ 안에 들었다. 단거리 국가대표의 평균은 4900㏄ 안팎이다. 단거리 선수 중에는 이재하(서천군청)가 약 6830㏄로 가장 높다.

하지만 폐활량만으로 육상 선수의 능력을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폐활량은 일반적으로 체격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상체가 큰 사람이 그만큼 폐가 크고 폐활량도 좋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대산소섭취량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최대산소섭취량은 인체가 더 이상 산소를 소비할 수 없는 한계점을 말한다. 혈액의 산소 결합도, 심장의 혈액 박출량 등에 의해 달라진다. 심폐 능력 및 전신 지구력과 연관관계가 높다. 최대산소섭취량은 운동 부하 검사로 확인한다. 산소 호흡기 같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방법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마라토너들은 최대산소섭취량이 1분당 85㎖ 이상이다. 한국과 일본 마라토너들의 평균 최대산소섭취량은 70~75㎖ 정도다. 세계 수준과 다소 격차가 있다. 단거리 육상 선수들은 70㎖ 전후다. 일반인은 이의 절반가량인 40㎖에 불과하다.

폐활량은 타고난 체격의 영향을 받지만 최대산소섭취량은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개인차가 있으나 5~20%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대산소섭취량이 늘어나면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이 증가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오래, 더 빠르게 뛸 수 있다.

최대산소섭취량을 늘리는 훈련 프로그램은 국가대표 엘리트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돼왔다. 그러나 육상 선진국에 비해 훈련 프로그램의 수준이 떨어진다. 따라서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도움말 = 성봉주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