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좇아 불요불급한 검사 다반사
전공별 의료인력 수급도 불균형 심각

의료기관 현장에서는 건강보험 저수가로 인한 부작용들이 일상화돼 있다.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한 의료계는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건강보험 수가를 만회하기 위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값비싼 비급여 진료나, 건강보험수가가 정해지지 않는 임의비급여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감염관리 등에 대한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감염내과 또는 감염소아과 전문의가 상근하는 요양기관에서 감염전문 관리를 실시하는 경우 30일에 1회 감염전문관리 비용 4600원을 청구할 수 있다. 하루 150원꼴에 해당하는 감염수가로는 손 소독제를 비롯한 소독용품, 1회용 가운, 거즈 등 소모품을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한감염학회가 병원이 감염관리에 필요한 소모품 연간 구입비용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1000병상 규모의 의료기관 기준으로 소독제 1억2000만 원, 손 위생제품 9800만 원, 보호장비 6000만 원 등 최소비용이 총 7억8000만 원에 달했다.

감염관리는 뒷전으로 놓고 일반 진료만 놓고 봐도 양질의 진료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수가 지급구조가 진료한 만큼 수가를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인 만큼 의사는 환자를 되도록 짧게 많이 진료하되, 개별 환자에게 보다 많은 검사를 실시해야 수익이 난다. 이 탓에 대형병원에는 ‘1분 진료’가 보편화돼 있고, 환자들이 많은 진료시설에만 집중 투자하고 있다. 환자들은 꼭 필요한 검사와 충분할 만큼 상담과 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불필요한 검사와 짧은 진료에 익숙해져 있다. 감염관리가 안 된 병원에 갔다가 병에 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의사들도 건강보험수가를 적용받지 않고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성형, 피부미용 등에 몰리는 탓에 외과·산부인과 등에는 의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경영난 때문에 병원들은 질 좋은 약보다 저렴한 약을 찾게 되고, 정부도 보험약가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약가 인하 정책을 쓰고 있어 제약업계도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적어도 공급자에게 불평등한 관계는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