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박(친박근혜)계 주류 인사들이 대거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뒤 치러진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완승한 이후 새누리당으로 기운 것처럼 보이던 당·청 관계 균형추가 공무원연금 개혁법안 논란 불발을 계기로 다시 청와대로 쏠리는 형국이다.

12일 김무성 대표의 측근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로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더 이상 확전이나 갈등 확산은 안 된다는 고민에 따라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당·청 간 갈등은 과거 수직적·일방적 관계에서 건강한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의 진통”이라고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청와대의 손을 들어준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속내는 그렇게 편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연금법의 5월 임시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 “협상가에게 재량을 주지 않는 협상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감정을 누르고 청와대 앞에서 연이어 고개를 숙인 이유는 다양하게 꼽힌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도 40%를 전후한 탄탄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큰 이유다.

한 핵심 당직자는 “현재 권력(대통령)은 특정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 수는 없어도, 특정인이 대통령이 안 되도록 막을 힘은 충분히 있다고 보는 게 여의도 정치권의 정설이자 속성”이라고 표현했다.

친박 주류 진영의 한 재선 의원은 “원만한 당·청 관계를 유지해야 정권 재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