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궁지에 몰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6일 오전 출근하자마자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던 중 수첩을 보면서 검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첩에 써 입장 밝힌 洪지사 “檢 진술조정 받아들일 수 없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리스트에 적시된 여권 핵심인사 8인 가운데 처음으로 홍준표 경남지사를 8일 오전 10시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홍 지사는 검찰 출석을 앞두고 6일 ‘해명성 언론 진술’을 하며 검찰 수사를 정면 비판했다.

검찰은 홍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금품 수수 관련 의혹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현재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5일까지 모두 네 차례 불러 조사해 관련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윤 전 부사장은 검찰에서 “(홍 지사가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2011년 6월쯤 국회까지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서 홍 지사에게 1억 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고, 당시 나경범 보좌관이 쇼핑백을 들고 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인 한모(50)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돈을 건네받았을 때부터 홍 지사를 만나기까지 과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검찰은 이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홍 지사를 불러 최근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진 뒤 윤 전 부사장을 회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홍 지사의 측근인 김모 씨를 이날 오후 소환 조사한다. 홍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가까이 지냈고, 청와대 비서관 등을 지낸 김 씨는 최근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해 “보좌관에게 돈을 줬다고 하면 안 되겠느냐” 등의 발언을 해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한 의혹을 받고 있다.

홍 지사는 이날 오전 경남도청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검찰이 유일한 증인인 윤 전 부사장을 한 달간 관리·통제하며 10여 차례 조사하고 4차례 진술조서를 받았다”며 “자금전달 장소도 오락가락한 증인을 관리하며 만들어낸 진술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윤 씨가 진술 증명력을 높이기 위해 20년 지기와 한 이야기, 성 전 회장과의 이야기도 녹취하는 등 비상식적 행동을 계속해왔는데 자기 진술의 신빙성을 제고하기 위한 작출된 증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윤 씨는 성완종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창구였고, 대선·총선 때도 똑같이 심부름을 많이 했을 것이고 그 중 배달사고도 있을 것”이라며 “언론에 윤 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묵비권 행사를 했다는데, 참고인은 묵비권이 인정 안 된다”고 훈수했다. 그는 이어 “성 전 회장이 자원비리 외교 수사 때 윤 씨에게 준 1억 원은 생활자금으로 준 것이라고 조서에 기재돼 있다고 언론에 나왔는데, 검찰이 그 조서를 없앨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생활자금으로 준 돈이 불과 2∼3일 사이에 왜 홍준표의 불법 정치자금으로 둔갑했는지 초점을 맞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창원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궁지로 몰까… 홍준표 경남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이 5일 검찰에 소환돼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6일 새벽 귀가하기 위해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