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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레이크골프장

전 세계적으로 골프코스는 ‘전문설계가’가 만든 곳과 톱 프로골퍼 출신이 만든 두 종류로 나뉜다. 골프장 설계는 1890년대 해리 콜트가 골프설계학을 창시한 이래 전문설계가들이 주도해 왔다. 그러다 보비 존스가 1930년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을 설계한 이후 프로골퍼들은 은퇴 뒤 골프장을 설계하는 꿈을 꾸게 됐다. 1960년대 이후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그레그 노먼 등 유명 프로골퍼들이 골프장 설계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한국 프로골퍼 출신 중 코스 설계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연덕춘의 경우도 그러했다. 그중에서도 김승학 프로는 골프장을 설계하는 것에서 나아가 명실상부한 챔피언 코스를 직접 운영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 결과물이 일동레이크골프장이다. 이곳은 국내 프로골프계를 평정했던 김승학 프로가 현역에서 물러나 교포 프로골퍼로서 명성을 날리던 김학영 프로와 함께 조성한 골프장이다.

경기 포천 일동의 운악산 자락에 위치한 일동레이크골프장은 1995년 개장한 회원제 18홀과 2008년 9홀로 문을 연 대중제(락가든골프클럽) 등 27홀로 구성돼 있다. 회원제는 남성적이고 도전적인 마운틴코스 9홀과 여성적이며 섬세한 힐코스 9홀로 나뉜다. 이 골프장은 개장 후 얼마 되지 않아 SK그룹으로 넘어갔다가 지금은 농심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다. 일동레이크골프장에서 손을 뗀 김승학 프로는 이후 전북 익산에 베어리버골프장을 만들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아 또다시 제 3자에게 넘어갔다.

지난주 오랜만에 일동레이크골프장에 다녀왔다. 남부CC에 근무하다가 부산의 베이사이드에서 4년 동안 근무하던 이경렬 대표가 최근 이곳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을 듣고 인사차 다녀왔다.

15년 만에 다시 찾은 일동레이크골프장은 도로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주변에 관광지가 많아 늘 정체에 시달렸던 기억밖에 없었지만 47번 도로가 일동까지 4차로로 확장돼 골프장까지 접근성이 좋아져 있었다.

이곳은 국내 골프장에서는 이례적으로 마지막 18번 홀인 힐코스 9번 홀이 파3홀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개장 직전만 해도 바위를 깎아내 흉측하게 느껴졌던 마운틴코스 9번 홀의 왼쪽 암벽은 암석과 수목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힐코스 6번 홀의 티잉 그라운드 뒤편에 자리 잡고 있던 바위도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진입도로에 들어서는 순간 ‘자메뷔(Jamais Vu)’라는 단어의 어감을 절실히 느꼈다.

특히 다음 홀인 7번 홀의 퍼팅 그린에 다가갈 때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꼭대기에 심어 놓은 소나무와 어우러져 자연 그대로의 기암괴석으로 보였다. ‘자연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무색하게 함에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페어웨이는 깔끔했고 퍼팅 그린은 이미 초록색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변호사

이미지 크게보기 국내에서는 드물게 마지막 18번 홀이 파3홀이지만 길이가 187m나 되는 데다 그린까지 연못과 벙커가 연결돼 있어 공략이 쉽지 않은 홀이다. 일동레이크골프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