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층에 제 사무실이 있는데요, 5층까지밖에 엘리베이터가 안 갑니다. 그래서 한 층은 걸어 올라가야 하지요. 다들 황당해 합니다.(웃음)”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개인 작업실로 자리를 옮겨 얘기를 계속했다.

“2004년에 ‘꿈꾸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이공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과학자가 되려는 학생들과 전문지식을 가지고 세상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지요. 예전에는 주로 글쓰기 방식으로 소통을 했는데요, 요즘에는 테드(TED)라는 강연으로 소통하는 방식도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학생들 얘기가 나온 김에 요즘 카이스트 학생들에 관해 물었다. 이전에 ‘창조경제’ 관련 취재를 하다 창업에 도전한 카이스트 학생들을 몇 명 만나본 일이 있었다. 창업 열기가 정말로 뜨거울까.

“창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기술 경영에 대한 관심도 아주 높고요. 사실 자기 사업을 한다는 게 좋은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거잖습니까. 시도하는 것은 의미 있는 경험이고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패했을 경우에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카이스트 학생들 정도면 기회가 많은 편입니다.”

청년 창업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한편에서는 ‘달관 세대’라는 말도 나온다. 달관 세대는 돈벌이는 물론 출세에도 관심이 없는 20대를 의미한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를 우리말로 옮긴 표현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그에 적응하는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뜻으로도 쓰인다.

“저는 그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외려 지금 20대는 취직을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혹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연애를 포기하고, 출산을 기약 없이 미루는 거지 달관한 게 아닙니다. 달관 세대는 이런 상황을 만든 기성세대들이 만든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들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표현인 거지요.”

혹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창업이 있느냐는 질문에 의외의 답이 나왔다.

“사실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건축가 2명과 함께 ‘마인드브릭 디자인 랩’이라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공간이 뇌 인지 과정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치거든요. 천장이 높은 공간에 있으면 창의적 사고가 촉진되는 식이지요. 세종시 6612㎡(2000평) 필지에 대한 현상설계 공모에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대학교수, 잘나가는 강사, 베스트셀러 작가, 청년들의 멘토라는 직함에 정 교수는 창업가를 추가했다. 그가 가진 창조적 에너지가 부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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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서울 출생 △카이스트 물리학 학사·석사·박사 △1999∼2001년 미국 예일대 의과대 정신과, 진단방사선과 연구원 △2001∼2004년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2004∼2008년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조교수 △2005∼2008년 미국 컬럼비아대 의과대 정신과 조교수 △2008년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