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피습 직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 강연에 참석했다가 김기종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의 공격으로 오른쪽 얼굴에 깊은 자상이 생긴 채 주변 사람의 부축을 받고 일어서고 있다.(상처부위 모자이크 처리) 정하종 기자 maloo@

세종문화회관 강연장서 흉기 피습… 얼굴 큰 부상
범인 김기종 체포되며 “韓美 전쟁훈련 중단” 외쳐
盧정부때 6차례 방북… 당국 “從北 활동 주시해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5일 오전 좌파 성향의 문화 관련 시민단체 대표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과 손에 부상을 입었다. 미국을 대표해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대사가 무방비 상태로 테러를 당한 사건으로,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5일 서울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전 7시 40분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강의를 준비하는 도중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인 김기종(55) 씨로부터 25㎝ 길이의 흉기로 얼굴과 왼쪽 손목 부위를 공격당했다.

경찰은 김 씨가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를 맡고 있지만, 다른 활동가 없이 사실상 혼자 활동을 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가 있는 중앙 메인테이블의 오른쪽 뒤편 테이블에 앉아있던 김 씨가 갑자기 리퍼트 대사 쪽으로 다가가 흉기로 여러 차례 공격했다. 김 씨는 현장에서 검거될 당시 “오늘 테러했다. 유인물을 만들었다. 전쟁 훈련에 반대해서 만든 유인물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리퍼트 대사를 공격하기 직전 한 참석자에게 유인물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지난 2010년 7월 주한 일본 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진 혐의(외국사절 폭행)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은 바 있다. 리퍼트 대사는 피를 흘리며 순찰차를 타고 인근에 있는 강북삼성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가 다시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뺨에 긴 자상을, 왼쪽 손목엔 경미한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철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미 대사 피습사건 수사본부’를 차리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김 씨가 노무현정부 시절 6차례 북한을 방북한 것으로 알려져 공안당국이 주시해온 만큼 범행 이유, 공범 및 배후 세력 여부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해 형법상 살인미수 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흉기 등 소지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 사건 이후 미 대사관 측의 요청에 따라 총 7명의 경호인력을 리퍼트 대사 및 가족에 배치해 근접경호하는 등 주한 외교사절, 공·관저 시설과 요인에 대해 신변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손기은·강승현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