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세계 골프사에 남을 ‘대 이변’이 있었습니다. 제주 출신의 ‘바람의 아들’ 양용은이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상대로 역전 우승을 거두며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이 된 것입니다. 우즈가 메이저대회 마지막 날 선두로 나섰다가 역전패를 당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앞서 양용은은 2006년 HSBC챔피언십에서도 우즈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바 있습니다. 최근 우즈가 투어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하자 미국의 한 매체에서 “우즈의 몰락은 2009년 양용은에게 패배함으로써 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양용은이 우즈 몰락의 단초를 제공한 셈입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양용은에게 ‘치욕’을 당한 우즈는 몇 달 뒤 섹스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이혼을 당했고, 이젠 잇따른 부상으로 나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즈 킬러’로 명성을 날렸던 양용은 역시 부진으로 이번 시즌에는 시드권까지 잃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이혼을 하며 우즈와 동병상련의 아픔도 겪었습니다. 이런 양용은이 ‘어게인 2009년’을 외치며 27일 개막한 PGA투어 혼다클래식에 출전합니다. 그에게 이 대회는 아주 특별합니다. 그는 2009년 대회에서 자신의 PGA투어 첫 승을 안겼고, 여세를 몰아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가 PGA투어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지난해 11월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 컷 탈락 이후 3개월여 만입니다. 그러나 그가 나갈 수 있는 대회는 역대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하는 오는 8월에 열리는 PGA챔피언십뿐입니다. 다음 주 월드골프챔피언십과 동시에 열리는 B급 대회인 푸에르토리코 오픈에 초청 의뢰를 해 놓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 정도입니다.

절박해진 그는 1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PGA투어 진출의 발판이 된 일본에서 부활을 노리고 있습니다. 4월 시즌 개막하는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에서 활동하며 재기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또 메이저 우승자로서 아직 3년간 시드권이 남아 있는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누구에게 스윙 교정을 받아본 적도 없는 그는 단점으로 지적되던 스윙 중 백스윙 아크를 더 크게 하고 손의 위치를 바꾸는 스윙교정을 통해 비거리도 늘렸고, 안정된 스윙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혼 후 한 여성과 사귀면서 재혼까지 결심했던 그는 사석에서 측근에게 “재혼은 않고 당분간 골프에만 전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합니다. 절박함이 낳은 달라진 그의 모습입니다. 이런 절박함이 ‘골프 황제’를 침몰시키며 포효하던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만들었으면 합니다.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