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3일 서울 중구 충정로 문화일보 사옥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특별좌담에서 성시철(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한서대 항공정보산업대학원장,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 옥동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대학원 교수(왼쪽부터)가 공공기관 구조개혁 관련 현안 및 개선 과제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16) 전문가 좌담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
옥동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박진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성시철 한서대 항공정보산업대학원장
진행: 박민철 경제산업부 차장대우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 부문에서 먼저 구조개혁을 이끌고, 이를 민간 산업에까지 전파,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혁신을 추진 중이다. 이미 지난해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해 방만경영 개선과 부채감축 등 1단계 과제를 완료했으며, 올해는 공공기관 기능조정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도입 등 2단계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득권을 쥔 관련 부처·공공기관·노조의 반발 등 넘어야 할 난관이 첩첩산중이다. 이에 문화일보는 국민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구조개혁 과제를 짚어 보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23일 문화일보 사옥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특별좌담에는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 옥동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대학원 교수, 성시철(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한서대 항공정보산업대학원장이 참석해 공공기관의 주요 현안과 개선 과제 등을 지적했다.

―지난해 1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대해 평가해 달라.

△방문규 = 1단계 정상화 대책 현황을 보면 공공기관 302개 중 290개가 방만경영 개선과제를 이행했다. 부채감축 목표에 대해서는 애초 20조1000억 원이었는데 4조3000억 원을 초과 달성했지만, 그 과정은 매우 어려웠다. 방만경영 개선은 자체 복리후생을 줄이고, 노조와 합의를 이끌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의 협조로 이뤄낸 결과다. 여론의 영향도 있어 공공기관들도 방만경영을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도 있었고, 내부적으로도 경영을 합리화하고 정상화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채무가 1000조 원 이상으로 우리나라가 부채에 의존해 국가를 운영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 다만 공공기관 부채의 경우 자산을 수반하고 있다. 경영에 있어 설비투자 과정에서 부채가 생기는 등 건전한 부채도 있다. 총량적으로 너무 많은 부채가 앞으로 우리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어 먼저 관리를 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부채감축은 의미가 있다. 정부 위탁사업을 받아서 생긴 부채와 자체 경영으로 인한 부채를 구분해서 책임 소재를 확실히 가리고 투명하게 평가하고 감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공공부문의 효율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박진 = 전반적으로 보면 기획재정부가 개별 부처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할 만큼 다했다. 방만경영 개선, 부채감축, 정보공개 부분은 상당히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타 부처와 협의가 필요했던 사안들인 기능 조정이나 사업 조정에 의한 부채감축 같은 것은 다른 부처와 같이해야 할 일이어서 단독으로 했던 일에 비해 성과가 저조했다.

△옥동석 = 이번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서 부채감축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공공기관의 부채를 재원으로 재정사업을 수행하며 경기를 부양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기업의 부채를 관리하겠다고 함으로써 공공 정책사업을 추진하던 관례를 철폐하는 좋은 사례가 됐으며,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본다. 그래서 1단계 정상화 대책은 의미가 있다.

△성시철 = 정부가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개선으로 좋은 아이템을 잡아서 계획보다 초과 달성했다. 그러나 사업조정이나 자산매각 같은, 공공성이 있는 사업은 조정을 통해 헐값 매각을 하면 안 된다. 인천공항공사가 터미널을 확장하며 지는 부채는 악성 부채가 아니다. 이런 부채와 악성 부채는 구분돼야 한다. 따라서 부채감축은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면 안 된다. 부채 원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정부가 투자할 것과 공공기관이 투자할 것을 구분하는 구분회계를 통해 사후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운영기관의 자구노력 등 특단의 조치와 더불어 공공 서비스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8대 방만경영은 줄었지만, 임단협 등에 따라 언제든지 원상복귀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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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으로 기능조정과 생산성 향상 등을 발표했다. 그 의미를 분석해 달라.

△옥동석 = 공공부문 개혁 중 기능조정이 가장 어렵고도 필요한 과제다. 공공부문에선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역량이 향상되면 그에 걸맞게 공공부문의 기능 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얼마나 의욕과 강도를 가지고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다.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데 기존의 틀 안에서 하면 기능조정의 규모와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2단계 대책에선 좀 더 과감한 기능조정 과제 몇 가지를 선정해서 그것을 추진해 나갔으면 한다. 공공부문 기능조정이 항상 이루어질 수 있고, 지속할 수 있어 국민들에게 개혁의 상징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박진 = 1차 정상화 때 가장 아쉬웠던 분야가 기능조정이었다. 이번에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분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민간과의 경쟁을 통해서 과연 그 역할을 누가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유리한 쪽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면 된다. 경쟁을 도입하는 것 역시 꼭 수익사업에만 국한할 필요는 없다. 비수익사업인 경우에도 최저 보조금 입찰제 같은 제도 도입으로 누가 할 수 있느냐를 봐서 판단하면 된다. 민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공공부문의 역할에 대해서도, 과연 공공부문이 민간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진흥기능이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이름에서 가장 흔히 들어가는 게 진흥이다. 공공기관에서 정부 돈을 받아 민간에 분배하는 식의 정책은 과잉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진흥기금을 받아 일부 좀비화됐다. 이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성시철 = 현 정부에서는 인위적 통폐합보다는 공공기관 간 기능을 조정하려는 것 같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는 기관의 위상과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공공기관의 효율성과 생산성 제고를 통해서 2단계 정상화 대책은 꼭 필요하다. 민간과 유사중복되는 기능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자회사 정리 등 공공기관 과잉기능을 본연의 업무중심으로 정리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방문규 = 왜 기능조정을 해야 하는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서비스 독점권을 인정받는 공공기관의 기능도 결국 더 나은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불필요한 기능은 정리해서 질 좋고 필요한 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 국민이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이고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이번 기능조정의 접근방식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코레일의 경우 자회사를 만들어서 자꾸 부대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코레일에서 철도 운송에 직접 관리하고 있는 분야, 즉 안전과 운송에 더 기능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 옳다. 결국, 기능 조정은 국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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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 등의 현실화 방안은 무엇인가.

△박진 =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는 공공기관에서 시작해 민간으로 확산돼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다. 앞으로 임금체계는 직무급에 성과급이 더해지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 직무급은 직무를 분석해서 각 직책이 가지고 있는 중요도에 따라 설정이 되고 그 위에 성과급이 더해져야 한다.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무분석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성과급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과평가가 먼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진 성과평가 때마다 담합이 만연했다. 승진 예정자들에게 평가를 몰아 주는 것이다. 최근 부산시청의 변화를 소개하겠다. 상위 평가자에게 맘대로 보직을 골라가라고 선택권을 줬다. 그러자 직원들 간 담합이 사라졌다. 이와 같이 상위 평가자들에게 확실한 성과보상을 줘야 제대로 된 성과연봉제가 정착될 수 있다.

△옥동석 = 공공성과 수익성에 대해 학자들 간에 많은 논의가 있다. 공공성은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가 흘러가면서 변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복지국가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개발도상국 시절엔 특정한 행위를 하는 개인, 특정한 일자리를 보호하는 데에 치중했다. 그런데 이제는 일반적인 속성의 개인을 보편적으로 보호하자는 것이다. 실업, 재해, 장애, 고령화 등 모든 개인이 일반적으로 겪을 수 있는 상황을 보호하는 것이 공공성이 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볼 때 공공요금을 현실화시켜가면서 그것을 쓰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더 많이 지워야 복지국가로 가는 틀에 맞다. 공공서비스의 생산원가는 세금과 가격 이 두 가지로만 충당되는데, 공공서비스의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곧 세금을 줄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줄인 세금을 가지고 복지에 쓴다는 것은 일반적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지국가의 취지에 바람직하다. 공공서비스의 수익성을 강화하여 세금 대신 요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은 국가발전의 흐름에 맞다.

△박진 = 공기업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공익성을 추구해야 한다. 만약 공익성이 앞선다면 준정부기관이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미션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지금은 이것이 혼재돼 있다.

△성시철 = 우선 정부는 성과측정을 통해 연봉제를 도입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는 것 같다. 전체적인 성과문화 확산에 있어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1차 구조조정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다. 이건 모든 공기업, 모든 직원들이 해당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선 개인 성과평가가 굉장히 어렵다. 계획을 짜고 집행을 하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과평가 프로그램 도입은 정부에서 정교한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한다.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 논리는 첫째 퇴직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퇴직 3년 전 임금을 중심으로 퇴직금 산정이 되기 때문이다. 직원은 진급의 기회가 없어진다는 이유도 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신입사원 채용을 많이 한다는 것인데 피크제 대상 직원은 별정직으로 돌아가 비정규직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정부가 많은 연구를 해서 공공기관들에게 기준을 정해줘야 한다. 제3의 기관에 역할을 줘서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내가 공공기관 사장일 때 역량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는데, 하위자를 재교육시켜 현장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민간엔 있는데 공공기관은 이런 것이 없다. 그래서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는 기관에 맡겨서는 안 된다.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는 정부가 나서야 하며, 노조와 기관장이 직접 협의해 어떤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방문규 = 공공기관은 경영 평가에서 본연의 기능보다는 수익성을 쉽게 올릴 수 있는 사업에 뛰어들면 점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자칫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코레일의 경우 유통 자회사를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건 팔아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민영 주택공급사업에 뛰어들면 돈 벌기 쉽다. 공기업에 수익성 잣대를 들이대면 이를 쉬운 방식으로 충족하려 한다. 수자원공사의 경우 고유 사업의 비중이 2012년 기준 51%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고유사업이 아닌 것을 하고 있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이익을 내야 하는데 공공서비스 가격구조가 자체적으로 인상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쉬운 돈벌이 사업에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 기능조정을 통해 조금 어려운 방식이긴 하지만 성과주의를 적용해서 임금체계에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임금을 유연화해 고령의 고용구조를 젊게 만들어 생산성과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성과주의 채택을 2단계 대책의 핵심으로 넣었다. 2016년에 정년연장이 의무화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는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이 나야 한다. 성과연봉제 같은 경우도 전면적으로 모든 직원에게 도입하면 좋겠지만, 최고경영자(CEO)뿐만 아니라 노조들까지 첨예하게 이해가 대립하고 있어 단계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공공부문이 자발적인 성과보수제를 도입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2단계 정상화 대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

―공공기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하나.

△박진 = 공공기관의 예산은 정부의 1.6배다. 정부 발주와 구매 대행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비리근절 대책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래서 내부고발자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현재 제도가 있지만, 보상이 매우 미약하다. 몇천만 원 가지고는 어림없고, 내부 고발하면 팔자를 고치게 해줘야 한다.

△옥동석 =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인센티브에 반응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비리 근절을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은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분위기에도 반응한다.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하고 또 악법도 법이라며 법질서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부정과 비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성시철 = 내가 공항공사 사장할 때 청렴도 1등도 몇 번 했다. 하지만 1∼2명이 적발되니 청렴도가 하락했다. 청렴도 측정하는 질문들도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우선 조직 내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그것 없이는 절대 안 된다. 그리고 연대 책임제를 도입해도 좋겠다. 내가 사고 내면 내 윗사람 줄줄이 다 피해본다는 의식을 만들어놔야 간접 감시기능을 한다. 사장 재임 중 ‘청렴 식권’ 제도를 도입했다. 회사 내 유리창으로 만든 미팅룸에서 거래처와 만나고, 접대는 회사 식당에서 식권으로 하도록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가치관이다. 윤리교육을 자주 해서 마음이 바뀌도록 할 수밖에 없다. 거래처에서 선물받은 것을 신고하면 회사에서 보관하는 대신 상품권으로 되돌려 줬다. 보관된 물건은 양로원에 기부하기도 했다. 또 ‘청렴 골든벨’도 만들었다. 계약사무처리규정에 대한 퀴즈를 내 잘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해 포상을 했다. 규정을 몰라서 위반하는 직원들도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교육과 일벌백계, 포상하는 세 가지 정책은 비리 근절에 가장 큰 효과가 있었다.

△방문규 = 보조금 비리를 막기 위해서 내부고발에 대한 포상제도가 정부에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포상제도는 최대 20억 원까지 지급된다. 거기에 상응해 징벌적으로 보조금을 유용하거나 보조금을 고의적으로 불법수령한 경우에는 그 횡령액의 5배를 환수하는 제도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근본적으로 이 같은 비리는 뿌리뽑겠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규제위원회와 혐의과정에서 최종적으로는 2∼3배 정도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는 기본적으로 보조금 비리와 관련해서는 5배까지 징벌적인 규제를 가해서라도 뿌리뽑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공공기관 임직원 비리에 대해선 입찰비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퇴직자와의 수의계약 금지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규정을 강화해서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제도도 중요하지만, 청렴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낙하산 인사와 관련해 공공기관 자율성 침해 문제도 있다.

△성시철 = 관·정·교피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기관을 운영할 역량이 있는 사람인 것이 중요하다. 지도력과 청렴도가 중요한 기준일 것이다. 또한 선임 절차 중 해당 기관 임원들을 임명하는 데 두 달 정도 걸린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하는 비상임이사 임명절차는 간소화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비상임이사에 선임된 인사와 관련, 비상임이사 수가 의결권이 더 많다. 그래서 이 사람들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그래야 견제 기능이 작동될 수 있다. 특히 법률과 회계전문가가 선임되어야 감사가 제대로 된다. 감사가 이사를 겸직해 사장을 견제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사로 온 사람이 감사 업무를 모르면 경영진을 견제하지도 못하고, 감사위원회도 유명무실해진다. 중요 사항은 감사한테 보고하게 해 먼저 심의되어야 한다.

△방문규 = 현행 규정상 특정 분야 출신이라고 배제되는 규정은 없다. 다만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 여론과 언론에 의해 공직 출신인사에 대한 제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정부 퇴직자들이 정부 위탁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인식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공공부문에 관료가 진출하는 것에 나쁜 인식이 생긴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특정분야 출신이라고 해서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능력이 있고 지도력이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현행 규정에 따라서 절차에 따라서 임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진 = 현재 임명권자는 대통령 아니면 장관이다. 임원(상임이사)의 경우 사장이다. 임원에 대한 임명권은 대통령, 장관, 사장이 나눠 가지고 있다. 우선 가지고 있는 임명권에 대해 명확히 보장해줘야 한다. 청와대가 장관의 임명권을 갖고 있듯이 공기업 기관장에도 임원 선임권은 보장해야 한다. 대통령의 공공기관 기관장 임명권도 보장해줘야 한다. 대통령이 임명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인정해주되 아무나 보내지 못하도록 공식적으로 내정자를 밝히고 공식적 검증을 거치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지금은 임원추천위원회가 있지만, 청와대에서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 절차 때문에 수개월을 보낸다. 그래서 대통령이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내정자를 밝히고 공운위 검증을 거치도록 하자. 장관도 따지고 보면 낙하산인데 사장이 뭐가 문제인가. 결국, 자격없는 사람이 오는 것이 문제다. 낙하산 실명제를 통해 임명권자가 아무나 내려 보낼 수 없도록 하자.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대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옥동석 = 공운위라는 명칭에서는 통상적인 관리의 성격이 강조되는 것 같다. 규제개혁위원회처럼 공공기관혁신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민간인이 공동위원장이 되어 민간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돼 개혁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해산청구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 같다. 공공기관 도덕적 해이의 근본적 원인은 법률적 미비로 인해 해산과 파산에 대한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도 잘못하면 조직 자체가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모든 기관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야 한다. 언론사나 금융기관도 정부가 지배하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야 한다. 다만 이들 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관리하는 형태를 달리하는 것은 무방하다. 조세 등 정부의 재원으로 집행되는 기관은 반드시 국민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또한 지금의 경영평가 방법에 대해서도 두 가지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하나는 장기적인 시각과 관점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는 예측할 수 있고 기관의 속성을 반영할 수 있는 맞춤형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박진 = 앞으로 공운위를 혁신위원회로 바꾸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경영평가에 대해서는 매년 평가는 계량만 하고 비계량 포함 종합평가는 3년마다 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다. 정부는 앞으로 공운위 안에 기능조정 분과를 두고 기능조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반발하는 쪽이 있기 때문에 어렵다. 기재부 공공정책국만으로 공공기관 구조개혁을 끌어가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별도의 기관이 필요하다. 퇴출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은 공기업에 압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공공기관을 확대할 필요성에도 공감한다. 현재 316개가 지정됐지만, 후보군은 500개가 넘는다. 실제 정부가 영향을 끼치는 공공기관이 훨씬 많다. 외부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볼 수 있는 공시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성시철 = 모든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경영평가에 관심이 많다. 조직의 위상과 성과보수가 직결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관심은 평가단 구성이다. 전문·객관·공정·신뢰성 있는 기관에서 받아야 한다. 평가단은 객관적인 기준을 갖고 업무 파악을 제대로 하고 경영평가에 나와야 한다. 평가전담기구를 만들어 위원과 교수를 일정 비율로 선임해 상설 평가조직을 운영하면 좀 더 전문화된 평가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평가 보고서를 3월 중순까지 제출하고 5월에 검토, 6월에 발표하는 일정이다. 일정을 단축해 4월에 발표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보고서 제출 공공기관도 다 낼 필요가 있는가 의문시된다. 개별 기업들은 ‘알리오’ 시스템을 이용하면 될 것이다. 각 공공기관에서는 보고할 필요가 있는 것만 제본해서 평가단에 제출하면 평가제도가 더 간소화될 수 있다.

―공공부문 구조개혁과 관련한 필요성과 추가 건의 사항은 무엇인가.

△방문규 = 올해는 집권 3년 차로 선거가 없는 해다. 올해가 경제도약의 ‘골든 타임’이다. 그래서 구조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올해 공공·금융·노동·교육 개혁에 나선다. 그 가운데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혁신경제, 내수부양 등 많은 과제가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펀더멘털한 개혁이 필요하다. 공공부문이 개혁을 선도해서 근본적인 경제체질을 업그레이드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일방적 강요로는 안 되고 노사의 공동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성과보수 시스템을 가동해야 하겠다. 언론에서도 다양한 제안과 건설적인 비판을 부탁한다. 결국 2단계 정상화는 공공기관을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좀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공공기관의 기능을 핵심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을 국민의 기관으로 돌려드릴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

△박진 =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추진할 추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 공운위에 노동계 대표를 포함해야 할 것이다. 기능조정은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있을 것이므로 공운위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노동계 대표가 포함됐으면 좋겠다.

△성시철 =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인력 수급 통제도 중요하다. 공공기관 인력 운용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되느냐가 중요하다. 문어발식 자회사와 관련해선 사전 협의만 해서는 조절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능을 전문기관이 심사하도록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자회사를 만들어도 비용이 늘어나지 않고 수익성에 이바지할 수 있으면 괜찮은 것이다. 안전과 보안에 직결되는 업무의 경우 무조건 줄이기보다 세밀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업무 추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왜 추진하려 하는지 이해시키고 동의를 얻어내면 좋겠다. mindom@munhwa.com

정리=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