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자유골프장

필자의 느낌이다. 요즘 사람들은 보통의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아니 최고만을 지향한다.

그래서 하늘이 지어내 준 대로 살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얼굴이나 체형을 뜯어고치는 일조차도 예사롭게 여긴다. 골프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골프장 사업자는 무조건 자기네 골프장을 세계 최고의 것으로 만드는 데 혈안이 된다. 그 때문에 골프장을 짓는 동안 억지로 자르고 깎고 메꾸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 결과 의도한 대로 골프장이 만들어지는지 아닌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자연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한다.

물론 필자도 한동안 그랬었다. 학생 시절에는 성적이 1등이 되기를 원했고, 라운드에 가서는 최고의 스코어를 내기를 바랐다. 그런데 어느 시절부터의 일이었을까? 비록 남들이 칭찬하는 최고의 것이 아닐지라도, 내게는 나름대로 좋은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한국에서 가장 보통의 골프장은 어디일까? 그런 골프장의 선정을 위해서 필요한 몇 가지의 조건을 우선 정리해 보자. 무엇보다도 분에 넘치게 화려하지 않아야 한다. 특별한 몇몇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기보다는, 다수의 골퍼로 하여금 거부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주변의 환경도 원래의 모습대로 자연스러워야 한다. 클럽의 회원들은 티 내지 않는 골퍼들이어야 한다. 회원권 시세도 중간치, 그린피도 적당해야 한다. 클럽하우스는 아방궁처럼 보여서는 안 되지만 너무 초라해도 안 될 것이다. 골프장의 잔디도 한국형의 잔디라서, 날이 따뜻해지면 푸르렀다가, 겨울이 되면 노랗게 색이 변한다. 소나무들도 억지로 이식한 것들이 아니어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그 골프장을 찾은 골퍼가 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들에 비추어 볼 때, 경기 여주에 위치한 자유골프장을 가장 보통의 골프장으로 평가하고 싶다. 주변에는 눈에 띄는 수려한 풍수도 없다. 골프장 입구에서부터 클럽하우스에 이르는 진입로의 가로수들인 은행나무를 제외하고는, 눈길을 끄는 특별한 조경을 해놓지도 않았다. 골프장 경내에 자리하고 있는 소나무들은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골프장의 설계도 토종 설계가인 김명길 씨의 작품이다. 1993년에 개장했으니 나이로 쳐도 중간쯤 된다. 어긋나는 것 딱 한 가지는 신세계그룹이 운영한다는 점이다. 개장 이듬해 신세계 그룹이 인수했다. 하지만 골프장에서는 직원들의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신세계그룹의 이미지를 내비치고 있는 게 별로 없다.

이곳은 산악형 지형에 만들어졌지만 해발 표고 고도차는 80m 이내에 불과하다. 따라서 업다운이 거의 없는 골프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천혜의 입지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끼도록 조성된 게 특징이다. 또한 티잉 그라운드에서 퍼팅 그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세팅된 홀들이 대부분이다. 골퍼들에게 편안함과 성취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코스라는 생각이다.

변호사

이미지 크게보기 경기 여주의 자유골프장에서 23일 골퍼들이 겨울골프를 즐기고 있다. 파 3홀인 3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선 골퍼들이 앞 팀이 홀아웃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자유골프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