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해산하라”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 선고가 진행되는 가운데 보수단체 회원들이 헌재 앞에서 통진당 해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가짜 진보 확실히 구분 진보정치 재탄생 계기로”
“RO 등 위헌성 입증 충분 사회분열로 확대 막아야”
“표현·결사의 자유 위축” 일부선 비판적 목소리도

헌법재판소가 내린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인용 결정에 대해 사회 원로급 인사, 시민단체 등에서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가치를 부정하는 정당에 헌재가 비로소 ‘철퇴’를 가했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보수 정권 집권하에서 통진당과의 관계를 포함한 실체와 내란음모 여부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논란이 정당 해산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은 19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기본가치를 부정하는 정당까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헌재의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헌재는 헌법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며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듯이 민주주의 가치 자체를 파괴하는 정당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류석춘(사회학) 연세대 교수 역시 “지금까지 드러난 이석기 의원과 RO의 종북 논란에서 통진당의 위헌성은 충분히 입증됐다”며 “이번 헌재의 판단은 헌법적 가치를 파괴하는 정치세력을 방치하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헌재의 이번 판결이 정치권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상돈(사회학) 중앙대 교수는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우리나라 진보정치가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진보와 받아들일 수 없는 진보를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진보의 새로운 역할이 제시됐을 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이 좁혀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보수 성향을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 역시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이번 판결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침해한 정치 활동에 대해 바람직한 판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일부 세력의 반발로 사회적 분열이 나타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실장은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법의 판단을 받아든 만큼 조속히 해산 절차에 들어가 사태를 잘 수습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이번 일을 국론 분열이 아닌 국민 통합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소수 당원들의 반국가적 일탈 행위가 통진당의 노선으로 비친 점은 유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일부 당원들의 반국가 행위와 통진당의 노선은 구분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통진당의 정체성과 강령이 RO의 그것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과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역시 “통진당의 활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정치사상의 자유 범위 안에 있다”며 “우리 사회 민주주의나 다양성을 위축시키는 최악의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근평·고서정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