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리에 가믄 밥집이 있는디, 거그가 소머리국밥을 여간 잘 혀.”

전남 화순군 동복면 소재지는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곳입니다. 문 연 식당이 두어 곳밖에 없는데 그나마 때를 놓치는 바람에 ‘밥이 없다’고 해서 물러나온 참이었습니다. 아침과 점심을 다 거른 터여서 길가던 할머니의 ‘국밥을 잘 한다’는 답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습니다. 여행 취재에서 먹거리를 찾는 것도 일인데 옳다구나 싶었습니다. 동네 사람들만 알음알음 아는 맛집을 찾아낸 셈이었으니 말입니다.

할머니에게 되물었습니다. “유천리가 어느 쪽이에요.” “아따, 유천리도 모른당가.” 답이 아니라 숫제 질책입니다. 유천리 위치는 포기하고 식당까지의 거리를 물었습니다. “차로 가면 얼마나 걸려요?” “금세 가지” “몇 분이나 걸리냐고요?” “글씨, 금방 간다니께.” 이것도 포기. 그래도 식당 이름만 알면 찾을 수 있겠지요. “식당의 이름이 뭐예요.” “거기 소머리국밥이 맛있어.” 이번엔 동문서답. 그래도 식당 이름만큼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할머니, 식당 상호가 뭐냐고요?” “… 거기 가믄 (식당 이름이) 간판에 딱 써졌어.” “…….”

단서라고는 유천리에 있고, ‘소머리국밥이 맛있다’는 것뿐. 그래도 그 정도면 시골 마을에서 왜 못찾아가겠습니까. 지도를 펼쳐놓고 유천리로 접어들어서 아스팔트에 나락을 말리고 있는 한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여기 소머리국밥 잘 하는 식당이 있다는데….” 제 동네 밥집을 찾아온 게 자못 기특했던지 반색을 한 할아버지가 길을 가르쳐줍니다. “이전 이장이 허던 점방 알지? 그 점방 앞에서 요래 꺾어져 가믄 거기 있어.” 둘째 손가락을 구부리고 설명해줍니다. 한데 예전 이장은커녕 지금 이장이 누군지도 알 리 없으니 그 설명이 요령부득입니다. 고개를 갸웃거리자 할아버지는 ‘수리조합 가는 길’ ‘당골가 재작년에 산 논’ 따위로 지형지물을 바꿔 설명해줬지만, 역시 알 도리가 없습니다.

눈 대중으로 이리저리 헤매다가 저수지 근처의 도로변에서 겨우 식당을 찾았습니다. 몇 번이고 지나쳤던 식당이었지만 소머리국밥이 아니라 ‘오리탕’을 간판으로 내걸고 있으니 단번에 찾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식당 현관을 들어서는데 문 앞에 종이 한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근처에 밭에 있으니 전화하면 5분 안에 옵니다.’ 전화를 걸었습니다. “소머리국밥 한 그릇만….” 한데 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요즘은 오리탕만 한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시 전화. “오리탕이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 그제야 돌아온 답. “어째야 쓰까. 시방 멀리 나와 있는디….” 어딜 가든 스마트폰의 지도와 내비게이션이 목적지를 딱 집어 알려주는 시대라지만, 시골 마을에서는 식당 찾아 밥먹는 일이 이렇게 어렵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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