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은 왜 119로 구조 신고를 한 세월호 최초 신고자 안산 단원고 고 최덕하(17) 군에게 선박의 경도와 위도를 물었을까.

최 군과 처음으로 접촉한 119 상황실 그리고 119 상황실로부터 상황을 인계받고 최 군, 119 상황실 등과 3자 통화를 한 목포해경은 최 군이 탄 세월호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노력하면 충분히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는 데도, 예산타령으로 시스템 도입을 늦추다가 정작 사고 신고가 들어오자 신고자에게 위도, 경도를 묻는 어처구니없는 문제점을 노출한 것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19 상황실이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은 이동통신 기지국을 통해 신고자의 대략적인 위치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사용자가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게 되면 전국 곳곳에 설치돼 있는 기지국 중 한 곳을 통하게 되는데 이 기지국을 특정해 위치를 추정하는 것이다. 기지국 간격이 지역적 특성과 사용자 사용횟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2㎞인 점을 고려할 때 오차범위는 1∼2㎞ 정도이다.

하지만 이는 더 나은 기술을 지닌 시스템 도입을 할 수있는 데도, 이를 포기한 데 따른 뼈아픈 결과다.

이는 경찰이 112신고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활용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경찰은 지난 2012년 말 GPS 활용 112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난해 초부터 이 시스템의 가동에 들어갔다.

기지국뿐 아니라 무선랜(와이파이) 접속장치(AP)를 활용해 신고자 위치 정확도를 25∼50m 오차 수준으로 높인 것이다. 더욱이 신고자의 휴대전화가 불의의 사고에 의해 꺼지더라도 신고자 위치 확인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것은 2012년 4월 오원춘 사건이 계기가 됐다. 신고를 받았지만 기지국 활용 방식이었기 때문에 범인의 위치를 확정하고 그를 초기 검거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 해경 등도 신고자 위치 확인 관련 시스템을 계속 정비했지만 경찰의 GPS 활용 112 시스템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해경은 122 해양 긴급 신고 번호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만일 소방방재청이나 해경이 경찰 수준의 GPS 활용 신고 번호 시스템을 마련했다면 최 군이 다급한 상태에서 신고를 한 상황에서 선박의 경도와 위도를 물어보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해경의 안일한 대처가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