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발생 이후 4년여가 흘렀지만 국가위기 사태에 대한 여야 정치권과 국회의 대응 시스템 및 법제와 공언은 공염불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인 위기 관리나 육·해·공군의 합동성 강화, 해양 안전 관련 법안들이 대부분 18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되거나 현재의 19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한 각 상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해사안전법’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국가위기관리기본법’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안’ 등 재난과 위기 대응 관련 제·개정 법안들이 지난 18대 국회에서 폐기됐거나 현재 속절없이 계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국가위기 상황을 조정·총괄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의 국가위기관리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국가위기관리기본법(한기호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앞서 해양에서의 안전관리 효율화와 국민의 생명 및 재산보호를 위한 해양교통공단 설립을 주 내용으로 하는 해사안전법개정안(최규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대표발의)도 폐기됐다. 긴급 구조 활동에서 공이 큰 자원봉사자에게 포상 근거를 마련해 주거나(김영우 새누리당 의원 대표 발의), 이재민에게 생계안정비용과 장학금 등을 지원하는(변웅전 전 자유선진당 의원 대표 발의) 내용의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은 18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외에도 천안함 폭침 직후 여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북한 천안함 공격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차례 당정협의를 거쳐 국가위기관리 방안에 대한 거당적 대응체제를 갖추기로 했지만 실제 이행되지는 않았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재난청과 같은 논의가 대표적인 하드웨어식 접근 방법”이라며 “안전이나 재난과 관련한 전문인력의 확보, 해외 사례에 대한 연구, 국민에 대한 교육, 대응매뉴얼 등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종·현일훈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