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지역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당진시 신평면 일대 주민들로 구성된 ‘고 박정희 대통령 추모회’는 최근 ‘박정희 대통령 동상건립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내년까지 삽교호 관광지 일대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추진위는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에 동의하는 시민과 단체로부터 기금 10억 원을 모금해 높이 5ｍ의 동상을 건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1979년 10·26 사태로 서거하기 직전 마지막 참여한 공식행사가 삽교호 방조제 준공식으로 역사적 의미가 큰데다 이때 건설된 방조제로 인해 당진이 육로로 수도권과 연결됐고 농업용수 문제도 해결된 점 등을 건립 이유로 들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1994년부터 모임을 결성해 매년 삽교호 일대에서 박 전 대통령 추모행사를 열어왔다.

반면 지역 진보단체와 야당 관계자들은 동상 건립을 절대 묵과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당진참여연대, 당진노사모, 당진민주노총, 통합진보당, 정의당 지역 관계자 등은 9일 ‘박정희 동상 저지 대책위’를 구성하고 “북한의 개인숭배는 비판하면서 박정희 동상은 왜 세우려 하느냐”며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같은 논리라면 서해대교를 건설한 노태우 전 대통령 등 대부분의 역대 대통령 동상을 모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추모회 관계자는 “반대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국민 세금으로 만든 공공시설도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짓는데 민간 차원에서 모금을 통해 진행되는 동상 건립을 막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