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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서촌(西村)’이 역사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이름이어서 이 지명의 사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촌은 경복궁 서측 지역인 종로구 효자동·통인동·누하동 등 15개 동을 이르는 말로 누가 처음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2008년쯤부터 일반적으로 쓰여 왔다. 경복궁 북쪽 지역인 북촌(北村)이 한옥마을로 유명해진 데 이어 서촌도 한옥마을과 골목길 등으로 명성을 높이며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 됐다.

8일 종로구에 따르면 널리 알려져 있는 ‘서촌’은 역사적 근거가 빈약한 지명이다. 서촌이라는 지명이 유명세를 탄 것은 2011년 한옥 애호가인 미국인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와 주민 30여 명이 ‘서촌주거공간연구회’라는 모임을 만들면서부터다. 이 모임이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서촌’이라는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런데 조선시대 사료를 보면 ‘서촌’은 경복궁 서쪽이 아니라 오늘날의 서소문·정동 일대를 지칭했다. 조선왕조실록과 이긍익의 연려실기술, 조선후기와 일제강점기의 독립신문, 개벽, 별건곤 등 옛 사료들이 모두 서촌을 정동 일대로 기록하고 있다. 조선시대엔 4대문 안을 동서남북으로 나눠 동촌, 서촌, 남촌, 북촌, 중촌 등 5개의 지역이 형성됐다.

1899년 11월 27일자 독립신문 1면 논설은 “서촌에는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다섯 나라의 공사관이 있다”고 서술해 정동 일대가 ‘서촌’으로 불렸음을 전하고 있다. 또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조선시대 붕당정치의 시작으로 인식되고 있는 김효원과 심의겸의 대립 과정에서 심의겸의 집이 정동에 있고, 김효원의 집이 동쪽인 건천동에 있어 서인과 동인이라는 이름이 생겨나게 됐다고 한다. 현재 ‘서촌’으로 잘못 알려진 경복궁 서측 지역은 물이 내려오는 곳이라고 해서 상촌(上村) 또는 웃대라고 불렸다. 양반들이 살던 북촌, 서촌과는 달리 상촌에 거주하던 사람들의 주요 신분층은 중인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종로구는 서촌 대신에 ‘세종마을’이라는 새 명칭을 만들었다. 세종대왕이 태어난 마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이미 인지도가 높아진 ‘서촌’이라는 이름을 고수해야 한다며 구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이 지역을 공식적으로 지칭할 때 ‘서촌’과 ‘경복궁 서측 지역’ ‘세종마을’이라는 말을 혼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 관계자는 “서촌, 북촌 등은 역사성이 있는 명칭인데 오늘날 그 명칭을 사용하면서 역사적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