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인물
오피니언

(7) 1 좌천(左遷)-7

기사입력 | 2012-11-12 14:16

“아이구, 어서 오너라.”

마당에서 고추를 널고 있던 어머니가 반색을 하면서 달려왔다. 온다고 연락을 했으므로 형 서민수와 형수 박애영도 집에 와 있다. 어머니한테는 홍삼 엑기스를, 형과 형수한테는 양주와 화장품 세트, 초등학생인 조카한테 장난감 박스까지 가져왔기 때문에 식구들은 인사하랴 선물 치하하랴 한바탕 떠들썩했다. 마루에 앉은 서동수가 마당을 둘러보며 묻는다.

“메리가 안 보이네?”

“걔 도망간 지 두 달이 넘었다.”

마당에 선 형이 대답했고 옆에 앉은 어머니가 거들었다.

“개장수가 데리고 간 모양여. 도망갈 놈이 아녀.”

메리는 잡종개로 집에서 5년 넘게 키웠는데 1년에 서너 번씩만 찾아오는 서동수를 알아보고 길길이 뛰며 반기던 놈이다.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이곳은 유성 근처의 시골이었지만 서울에서 차든 열차든 두 시간 반이면 닿는다. 오늘은 차로 왔는데 평일이어서 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휴가 받았다고?”

어머니가 물었으므로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맑은 가을 날씨여서 마당에 널린 붉은색 고추가 햇살을 받아 반들거리고 있다.

“응. 내가 인사발령을 받았기 때문에.”

서동수가 대학생 때 아버지는 암으로 돌아가셨다. 벌써 12년 전이다. 막 대학을 졸업했던 형은 취직을 하지 않고 어머니 옆에 남아 아버지 대신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효자다. 부엌으로 들어가던 형수도 멈춰 서서 이쪽을 본다. 세 쌍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영전야. 중국 칭다오에 있는 공장 부장으로 가는 거야.”

“뭐? 중국?”

어머니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고 형은 다른 것을 묻는다.

“부장으로?”

“응. 현장을 익혀야 돼. 간부가 되려면 말야. 거기 가면 주택도 공짜고 수당도 더 받거든. 거기 가려고 경쟁이 치열해.”

“칭다오가 어디에 있냐?”

어머니는 중국에 집착하고 있다. 외국인 것이다.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도시야. 비행기로 한 시간 걸려. 서울에서 여기 오는 것보다 절반 시간밖에 안 걸린다고.”

두 손을 편 서동수는 열변을 토했다.

“더구나 시차가 한 시간이라 여기서 8시 비행기를 타면 칭다오에 같은 시간인 8시에 도착한다고. 시간으로 따지고 보면 한 발짝도 안 되는 거리야.”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도 안 가고 관심도 없는 어머니가 다시 묻는다. 어쨌든 칭다오는 외국인 것이다.

“가면 언제 오냐?”

“일요일마다 올 수도 있어.”

그때 형이 말했다.

“어쨌든 영전했다니까 축하한다.”

“그러면 미혜하고 미혜 엄마도 같이 가는 거냐?”

마침내 어머니가 찜찜했던 부분을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헛기침을 했다.

“미혜 학교 문제도 있고 해서 나만 가야 할 것 같아.”

“미혜 엄마도 그래요?”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형수가 물었다. 서동수는 세 쌍의 시선을 받고는 심호흡을 했다. 어머니 모시고 시골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형수지만 서동수 부부간의 분위기를 가장 잘 안다. 가족 중에서 박서현에게 연락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아, 그럼요. 한 시간 거린데요, 뭘.”

※ 문화일보는 소설 ‘서유기’의 글과 삽화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털 상에서 블로그 등에 무단 사용하는 경우 인용 매체를 밝히더라도 저작권법의 엄격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Top5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카카오톡

핫클릭 ✓

[AD]

인터넷 유머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