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남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 LG전자 창원공장에서 직원들이 유럽 각지로 수출할 드럼세탁기를 조립하고 있다. 창원 =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미래의 한 가정집을 보는 듯했다. 전력 사용이 많은 시간대, 시간당 전력 사용(kwh) 요금이 50원에서 200원으로 높아지자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가동 중이던 에어컨의 실내 목표 온도가 19도에서 23도로 자동조절됐다. 천장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갑자기 밝기가 뚝 떨어졌다. 신기한 듯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신현미(35)씨는 TV 리모컨을 집어들었다.

TV 화면에 표시된 집 안의 전기 제품들 목록을 살피다가, 2층의 조명을 껐다. 멀리 떨어져 있는 주방의 조명도 리모컨으로 소등했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제주도푸른바다 리조트’에 비치된 LG전자 지능형 전력망(스마트그리드) 시범 펜션을 예약해 여행을 온 신씨는 집 안의 모든 가전제품들이 하나로 연결돼 스스로 작동하는 모습을 무척 신기해했다. 신씨는 “가전제품들이 전기 사용량도 스스로 보여주고, 스스로 작동하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웃었다.

제주도푸른바다 리조트는 정부가 시범실시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중 한 곳이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희망하는 각 기업들이 21개 동의 펜션에 각자가 구상하는 전력망 시스템을 갖추고 이 시스템을 시험가동하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LG전자 컨소시엄이 운영하는 펜션이 인기가 꽤 좋다.

‘가전 제국’ 명성을 누려온 LG전자가 백색가전에서 새로운 전자사업의 미래를 찾고 있다. LG전자 미래를 이끌고 갈 첨단 생활가전 제품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제주도푸른바다 리조트다.

시범단지 펜션을 관리하고 있는 김인범 LG U＋ 스마트그리드추진팀 부장은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이 실제 생활가전 제품들과 연결돼 상용화시스템을 갖춘 곳은 이곳이 세계 최초”라며 “지난주에도 프랑스 텔레콤과 일본의 NTT에서 방문하는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LG 컨소시엄이 운용하고 있는 이곳을 찾아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LG전자가 이 같은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선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누가 뭐래도 ‘세계 제1의 가전 기업’이라는 명성이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전세계 세탁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1위 기업이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전세계 세탁기 시장에서 매출액 및 수량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는 매출액 10.1%, 수량 10.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업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미국시장에서는 2007년부터 4년 연속 1위, 드럼세탁기는 17분기 연속 1위를 차지하면서 미국 내 드럼세탁기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를 굳혔다. LG전자 가전 기술의 핵심을 이루는 ‘4대 핵심 기술’이 있다. ▲세탁기의 다이렉트 드라이브(direct drive) ▲냉장고의 리니어 컴프레서(linear compressor) ▲청소기의 콤프레서(kompressor:먼지압축) ▲광파오븐의 광파가열시스템(lightwave) 등인데, 이 기술들은 LG전자의 모든 가전제품에 녹아있다고 할 수 있다. LG전자는 이 같은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유럽시장에 대한 열의가 강하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LG만의 독자기술로 ‘절약(Saving)’과 ‘편리성(Convenience)’으로 집약되는 핵심 소비자 가치를 제공하면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에 나설 계획이다.

LG전자가 폴란드 브로츠와프(Wroclaw)에 있는 현지 생산공장 라인을 강화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LG전자는 올해 브로츠와프 공장의 생산라인을 냉장고 100만대, 세탁기 100만대 규모로 신설해 하반기(7~12월)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독자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가전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현지 시장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현지 생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럽 빌트인 시장에 현지 요리 조리기능을 적용한 오븐이나, 전문 유통업체와의 유통망을 강화하는 등 신시장 개척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제주 = 임대환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