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체코 노소비체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현지인 근로자들이 유럽전략형 차량의 문짝을 조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백탑의 도시’로 유명한 체코 프라하에서 자동차로 5시간 거리인 노소비체. 과거 슬로바키아와 국경을 접한 허허벌판이었지만 현대자동차의 대단위 공장이 들어선 뒤 지금은 산업단지다운 활력이 넘친다. 현대차 체코공장은 유럽의 베스트셀링카로 자리 잡은 i30와 투싼iX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 9월부터 3교대에 들어갔다. 10월27일 찾은 체코공장은 유럽 다른 공장들이 부러워한다는 최첨단 설비가 눈길을 확 끌었다. 강호돈 현대차 체코생산법인장(부사장)의 얼굴에도 자부심이 가득했다. 강 법인장은 “체코공장은 2009년 9월 준공 이후 2년 만에 가동률이 100%에 이르는 빠른 성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 자동차 시장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등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3교대와 신차 투입 등 선제적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안은 유럽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i30와 다목적 소형차 ix20를 조립하는 현지 직원들의 손놀림으로 분주했다. 이 공장 의장공장에서 A라인장으로 일하는 안드레아 호라코바는 “내가 만들고 품질문제가 있는지 직접 체크해서 완성된 i30가 도로 위에서 다니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현대차 근무에 만족하는 것은 기업문화가 투명하고 체코 내에서 현대차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이 공장에서만 3000명이 넘는 인력을 채용하는 등 현지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유럽 내 아시아 1위 업체로 떠오르게 하는 데 일등공신이 현대차 체코공장이다. i30, 투싼iX, ix20 등의 인기에 힘입어 현대차 체코공장의 생산능력은 23만대에서 33만대로 대폭 늘어났다. 최근 기존 중형 세단과 차별화된 가치와 경쟁력을 갖춘 i40 생산을 통해 중형차급 판매비중을 대폭 높여 나가고 있다. 체코공장의 오경렬 차장은 “불황으로 유럽 자동차 시장이 어렵지만 체코공장은 투자를 확대하는 등 미래를 위한 준비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며 “20년 뒤 유럽 시장에서 톱메이커로 부상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면서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신차 개발의 심장부인 남양종합기술연구소가 있기 때문이다.

10월20일 경기 화성시에 자리 잡은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종합기술연구소의 고속주회로. 현대차의 전기차 블루온이 서서히 속력을 내더니 질주하기 시작했다. 눈 깜박할 사이 속도계가 140㎞를 넘어섰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쏘나타 하이브리드2.4는 시속 200㎞를 순식간에 주파하는 파워를 발휘했다. 시승 결과 현대차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차의 성능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모든 차종이 탄탄한 상품 경쟁력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그린카 분야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리딩기업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의 현장’이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의 친환경차 연구동 바로 옆에 그린카의 핵심 요소 부품에 들어가는 부분품들에 대한 기술개발 및 원가절감 연구를 위해 별도의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린카 분야 글로벌 1위를 향해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기상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상무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차 등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전기모터, 전력변환기 등에 대한 국내 생산개발 기반을 단단하게 구축했다”며 “이런 기술이 접목돼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되면 향후 20~30년 안에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저온과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장비에서부터 각종 모터테스트 기자재 등 고가의 첨단 시험장치들이 빼곡히 들어선 남양연구소의 친환경차 연구동은 글로벌 시장을 떠들썩하게 할 차기 그린카를 개발하는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노소비체(체코)·화성 = 글·사진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