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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원 / 연세대 상경대 교수 경제학

최근 불거진 저축은행 사태를 지켜보면서, 어떻게 이 지경으로까지 오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론과 학계에서는 이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인해 저축은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수차례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당국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새 수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이 문제를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문제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현재까지 8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됐으며, 이들의 자기자본(BIS) 비율은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져 있었다.

이제는 문제를 직시하고 이른 시일 내에 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최악의 사태인 뱅크런(bank run, 대량예금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산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수신과 여신을 하는 산업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이러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저축은행들을 대상으로 신속히 옥석을 가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각 저축은행이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BIS 비율의 신뢰성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각종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우량저축은행을 뱅크런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 체계의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음주와 골프를 엄금하는 지침과 같은 일시적 기강잡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보다는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으며, 또 이러한 문제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됐는지를 연구해, 그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금융감독원 퇴임 이후 민간 금융기관의 감사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퇴임 직전에 자신의 경력관리를 하는 관행을 추방하는 일이다. 이러한 관행이 남아 있는 한 피감독기관에 대한 부실한 감독과 감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오래된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감독기관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제도적 개선을 이루기 바란다.

제도적인 보완을 위해 고려할 또 다른 제안은 바로 한국은행 및 예금보험공사 등과 금융감독 업무의 경쟁 및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금융산업은 한 기관의 문제가 전체 금융산업으로 파급되는 속성, 즉 시스템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어느 규모 이상의 문제가 발견됐을 경우에는 유관 기관끼리의 정보 공유 등을 통한 감독과 제재의 공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금융감독원이 감독권을 독점하고 있는 체제 아래서는 이러한 공조체제의 구축이 불가능하다. 일상적인 감독업무는 현재처럼 금융감독원이 처리하더라도, 그 사안이 심각한 경우 금융산업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야 하는 한국은행 등과 공조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드러난 막대한 부실 문제에 대해 그 당사자들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는 금융 당국 그리고 문제가 된 금융기관의 대주주들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비록 민감한 사안이긴 하지만, 이러한 부실의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해당 저축은행을 이용한 소비자들 역시 어느 정도의 책임은 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예금자 보호는 현행 법으로 규정돼 있는 5000만원까지만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안들은 모두 제도적 개선과 정치적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어려운 작업들이다. 따라서 이는 경제정책의 수장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 6일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재완 장관은 이러한 개혁을 철저히 수행해 나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