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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방송에 나가는 것도 좋지만 동계 스포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이정수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

“당장 내일모레 이탈리아에서 스노보드 대회가 있어 출국하는데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메달을 딴 선수들에만 관심이 쏠린다면 한두 달 후면 다시 국민적 관심이 시들해질 겁니다.”(김수철 스노보드 국가대표팀 코치)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영웅들이 쉴새 없이 잇단 방송 프로그램과 행사에 동원되는 것을 지켜보는 체육계와 관련 전문가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일부 금메달리스트와 금메달 배출 종목에 국한된 ‘반짝 관심’이 자칫 이들의 혼란과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대다수 조명받지 못하는 종목의 선수들에겐 실질적 도움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피겨스케이팅 여자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선수와 함께 이번 올림픽이 배출한 ‘스피드스케이팅 3총사’로 불리는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선수 등은 훈련 때 못지않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이들 세 선수는 8일 오전에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청 별관에서 열린 ‘밴쿠버동계올림픽대회 서울시 선수단 격려대회’에 참석했다. 전날 오후 늦게까지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0 밴쿠버올림픽 선수단 환영 국민대축제’에 참석했지만, 이어지는 일정에 숨 돌릴 여유도 없었다. 이상화 선수는 문화일보의 인터뷰 요청에 “계속 일정이 이어져서 너무 바쁘다”며 제대로 전화를 받지도 못했다.

이날 행사는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이규혁, 이정수, 곽윤기, 박승희 등 서울시 선수단에 소속된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자리. 서울시로서는 선의로 마련한 자리겠지만,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쇼트트랙 선수들까지 참석했다.

이같은 행사 동원에 대해 선수와 지도자, 관련 전문가들은 “동계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높아진 관심은 긍정적이지만 반짝 관심이나 훈련에 방해될 정도의 행사 출연, 쏠림현상 등은 부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기훈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에 자기 자신과 자기 종목을 알릴 수 있는 건 좋지만 훈련에 영향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냄비 끓듯 잠시 이어지는 관심보다는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발전을 위한 재정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신용선 바이애슬론 국가대표팀 감독은 “방송이나 걸그룹들이 나오는 공연도 좋지만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꾸준히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바이애슬론의 경우 빙상이나 피겨에 비해 관심이 뒤처지는 게 사실인데 이런 종목에 대한 관심도 균형있게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스포츠스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선수들도 행사나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관심이 몇 선수에 집중돼 있고 스포츠 전체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스타성에 초점이 맞춰져 흘러가는 경우가 많은데 연예인처럼 보여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스포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세영기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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