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이전까지의 성적을 감안하면 다소 아쉽다.

2006년 토리노대회에서 한국은 역대 최고 성적(금6·은3·동2)을 냈는데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거둔 이강석(25·의정부시청)의 동메달을 제외하고는 모두 쇼트트랙에서 메달을 챙겼다.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쇼트트랙은 세계 최강 자리를 중국에게 내줬다. 쇼트트랙 부문 남녀 총 8개 종목을 통틀어 중국이 가장 좋은 성적(금4·은0·동0)을 거뒀고 한국, 캐나다(금2·은2·동1), 미국(금0·은2·동4)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쇼트트랙 최강국의 입지를 되찾기 위한 철저한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팀워크의 재정비다. 한국은 쇼트트랙 남자 1500ｍ경기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2~3위를 달리던 성시백(23·용인시청)과 이호석(24·고양시청)이 충돌하면서 사상 첫 ‘금-은-동메달 싹쓸이’ 기회를 놓쳤다. 단단한 팀워크의 재결집으로 이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또 확실한 에이스의 육성도 시급한 과제다. 이번 동계올림픽에는 토리노대회 3관왕 출신인 안현수, 진선유가 부상으로 불참했고, 그나마올림픽을 경험한 선수는 이호석이 유일했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서 2관왕(1000m, 1500m)을 차지한 이정수(21·단국대)와 같은 재목들을 바탕으로 다음 올림픽에서 한국을 대표할 차세대 주자들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상종목의 육성도 이번 올림픽이 남긴 과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프리스타일 스키,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등 6개 설상 종목에 12명의 선수를 출전시켰지만 하나같이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조건상 한국 설상 종목은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1년 중 눈이 오는 기간이 얼마 되지 않다 보니 선수 생활을 하려면 큰돈을 들여가며 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야만 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 출전한 김호준(20·한국체대)은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예선 1조 12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고,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굴 스키에 출전한 서정화(20·남가주대)도 불과 0.04점 차이로 결선 진출에 실패하며 선전했다.

이들 종목은 특히 이미 일본과 중국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경험만 쌓으면 한국 역시 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 한국이 ‘빙상 강국’을 넘어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성장하려면 설상종목에서도 더 좋은 선수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

한편 이번 밴쿠버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용품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국내 스포츠용품 시장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3조8745억원으로 지난 2002년의 4조1185억원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승전보를 전해오는 것과 달리, 관련 인프라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스포츠용품 산업을 미래 성장잠재력이 큰 유망산업으로 꼽는다. 정부 차원의 투자를 통한 ‘글로벌 브랜드’의 육성이 고려돼야 할 시점이다.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