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3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평창은 첫 유치도전에 나섰던 2003년 체코 프라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에서 이번 대회가 열린 밴쿠버와 2차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고배를 마셨고, 2007년 과테말라 IOC 총회 때는 러시아의 소치에 2014년 대회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평창은 포기하지 않고 2018년 대회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회 기간 내내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수뇌부가 총출동해 본격적인 유치활동을 벌였다. 공동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김진선 강원지사는 물론 박용성 대한체육회(KOC) 회장과 이건희 IOC 위원도 올림픽 기간 내내 밴쿠버에 머물며 국제스포츠 관계자들을 만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뜻밖의 낭보가 연이어 날아들며 현지의 유치위 관계자들을 고무시켰다. 평창은 앞서 두 차례 유치 경쟁에서 내세울 수 있는 종목은 오로지 쇼트트랙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태극전사들이 쇼트트랙 뿐 아니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3개의 금메달을 휩쓸었고 피겨스케이팅에서는 김연아(20)가 ‘은반의 여왕’에 등극하며 명실공히 ‘동계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전세계에 확인시켜준 것이다.

밴쿠버 현지에서 만난 박용성 KOC회장은 “그동안 스포츠 인사들을 해외에서 만나면서 ‘너희는 쇼트트랙밖에 잘하는 것이 없으니 쇼트트랙 선수권대회나 해라. 웬 동계올림픽이냐’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제 그런 인사들이 다시는 그처럼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외신들의 반응도 좋다. AP 통신은 1일 ‘올림픽에서의 성공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이 이번에 고른종목에서 성과를 거둬 내년 개최지 결정 투표에서 평창이 우위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개최지 투표까지는 아직도 1년 반이나 남아 있기 때문에 평창으로선 가야할 길이 아직도 멀다.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 역시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치열한 유치활동을 벌였다. 특히 뮌헨은 평창이 넘어야 할 큰 ‘벽’이다. 뮌헨은 시설·경기력·관광자원 등 일부 측면에서 평창보다 앞서 있다. 또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종합 1위였던 독일은 이번에도 개최국 캐나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따라서 한국이 이번 밴쿠버 대회에서 거둔 쾌거가 곧바로 2018평창 유치로 이어진다는 무조적인 속단은 금물이다.

특히 평창 유치위 관계자들로선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밴쿠버가 보였던 진행상의 허점 등을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다. 루지트랙에서의 사망사고나, 성화 점화식에서 성화대 기둥이 작동되지 않아서 당한 국제적 망신, 시설 미미로 인한 빙속경기 지연, 교통과 숙박 등 편의시설 미흡 등은 평창이 사전에 꼼꼼히 체크해야 할 대목이다.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110여명 IOC 위원들의 투표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