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나라당이 당 지지율에도 못미치는 지루한 답보상태를 보이는 총선 후보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선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초반 전략이었던 ‘국정안정론’이 현 정부의 잇단 실책으로 야권의 ‘견제론’에 막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 데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대두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꺼내든 카드는 ‘민생경제’과 ‘변화’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민생경제 119 기동 센터’ 현판식을 치르고, 민생경제 119 제보단과 민생경제 유세단을 출범시켰다. 김학송 전략기획위원장은 “한반도 대운하, 친박 연대 논란 등 정치논리에 함몰된 총선 쟁점을 민생문제로 전환시킬 방침”이라며 “어린이 안전, 먹을거리, 대학 등록금 등 민생과 직결된 공약경쟁을 통해 어느 당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당인지를 심판받겠다”고 말했다.

민생경제 센터장을 맡은 맹형규 의원은 “국민들이 지난 정권에서 체험한 좌절과 절망에 대해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피는 책임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우선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어린이 안전과 먹을거리 문제에 대해 당정협의를 열고 대책을 발표키로 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로 ‘관권선거’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출퇴근시간대 고속도로 전용차로제 확대, 국민임대주택 입주자격 확대, 연면적 1만㎡ 이상 건축물의 예술품 설치 의무 규정 폐지 등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또 박희태·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인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 등으로 ‘민생경제 119 유세단’을 꾸려 총선 현장에 투입했다.

이같은 총선 전략 수정은 각 지역구에서 여당 프리미엄이 실종되면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기대했던 이명박 대통령 후광 효과가 실종되면서 정치신인 후보들이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초반 친박연대 등을 겨냥한 총선 전략이 실패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자체 판단이다. 당 관계자는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가 엉뚱한 곳에 화력을 집중해 점수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윤선 대변인은 “초반에는 ‘국정안정’이었지만, 중반부터는 ‘변화’가 선거 전략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지난 5년간 중산층이 붕괴되고, 양극화가 심화됐던 것들을 한나라당이 어떻게 변화시킬지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전략 수정에는 노무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통해 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부상하는 것을 막겠다는 속내가 들어 있어 보인다.

유병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