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원유세 여부가 1주일 남은 4·9총선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6대 총선 이후 8년만에 자신의 지역구(대구 달성)에 ‘올인’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행보 하나 하나에 총선 전체의 판세가 좌우되는 양상이다. 친박 연대가 ‘박근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는 것에 맞서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원유세를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1일 관훈클럽 토론에서 “박 전 대표를 밀었던 의원이 당에도 많은 만큼 마음을 움직여 주면 좋겠다”며 “시간을 두고 어떤 식으로 (지원요청을) 할지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는 강 대표가 조만간 달성으로 직접 내려가 박 전 대표에게 지원요청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는 수도권 출마자들이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호소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빙 경합중인 수도권 지역에 박 전대표가 얼굴만 내밀어도 수천 표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당 관계자들은 친박 무소속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가 맞붙는 영남권은 어렵더라도 수도권 정도는 박 전 대표가 나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박 전 대표측은 여전히 지원 유세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한 측근은 “지금으로서는 지원 유세를 할지 안 할지 측근들 역시 전혀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박 전 대표는 빡빡하게 짜인 달성군 일정에 맞춰 성실히 지역을 돌고 계신다”고 답했다. 지역구에 몰입하고 있는 현재의 일정상 다른 지역에 대한 지원유세는 힘들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박 전 대표가 전격적으로 지원 유세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자체 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80%가 넘는 지지율로 전국 지역구 중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굳이 지역구 공략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당을 향한 ‘침묵을 통한 항변’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로서는 본인이 주장해온 정치개혁 사안들, 예컨대 당권과 대권의 분리, 투명한 상향식 공천, 집단 지도체제, 원내 중심의 정책 정당화가 이번 공천 과정을 통해 일거에 후퇴됐다는 점에 대해 여전히 분노하고 있는 분위기다. 따라서 당 지도부가 공천 과정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고 총선 이후에라도 정치 개혁에 나선다는 뜻을 밝힐지의 여부가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