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가 아니라 꼭 이름을 보고 찍으세요.”

4·9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군소정당 난립과 공직선거관리규칙 개정 등으로 각 후보와 정당들의 총선 기호가 복잡하게 배정됨에 따라, 자칫 기호만 보고 투표를 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군소정당 지역구 후보들의 기호가 특히 헷갈린다. 선관위는 정당별 의석수와 직전 선거 투표율 등을 근거로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5개 정당에 각각 1~5번을 배정하고, 이들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더라도 다른 정당 후보들은 이 기호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들 5개 정당의 지역구 후보들은 통일된 기호를 갖지만, 6번 이후로는 전혀 다른 정당 후보들이 지역구 사정에 따라 동일 기호를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와 대구 서구에 출마한 친박연대 홍사덕 후보는 기호가 똑같이 6번이다.

기호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05년8월 공직선거관리규칙 개정으로 인해 기호를 부여받은 정당이 후보자를 내지 않은 경우, 그 기표란은 투표용지에 게재하지 않게 됐다. 서울 노원병 한나라당 후보인 홍정욱 후보는 투표용지상 민주당 김성환 후보에 이어 위에서 2번째 칸에 배정됐지만, 대구 서구의 한나라당 후보인 이종현 후보는 민주당이 후보를 못 내는 바람에 투표용지의 맨 위칸에 배정됐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에선 각 당이 1~15번까지 고정된 번호를 부여받았지만, 이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1인2표제로 지역구 후보자 투표와 비례대표 정당 투표를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유권자가 여전히 많은 데다 무려 1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바람에 투표용지에서 지지 정당을 찾으려면 꼼꼼히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