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지정학적 화두는 ‘평화’다. 그 화두가 집약된 곳, 접경분쟁지역이기 때문에 도리어 평화가 가장 의미롭게 다가오는 곳이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다. 그 DMZ 인근에서 ‘평화의 축제’가 열린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율배반인가. 총부리를 겨누는 곳에서 평화의 음악이 들려오다니. 그래서 그 평화의 의미는 더 뜨겁다. 8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42일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과 도라산역 일원에서 ‘2005 세계평화축전’이 펼쳐진다. 분단국인 한국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을 세계적인 평화이벤트다.

강준혁(성공회대 문화대학원장) 총감독이 전체진행을 맡은아 추상적인 평화를 나눔과 더불어 삶이란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해냈다. ‘세계평화축전’엔 중동 분쟁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학생들을비롯, 세계 17개국 17개 문화예술 및 학술단체에서 110명이 참가한다.

또 국내에서는 75개 단체 790명이 참가하는 등 국내외 100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공연 100회, 전시 2회, 학술대회 5회, 놀이체험 15개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이게 된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100억원을 들여 임진각 일대 3만여평 부지에 야외공원인 ‘평화누리’를 만들고 이 안에 ‘음악의 언덕’, 50ｍ 길이의 촛불제단인 ‘생명촛불 파빌리온’, 야외공연장, 80평 규모의 카페 ‘안녕’ 등을 조성했다.

‘음악의 언덕’에서 울려퍼지는 평화의 선율…. 임진각 주변에 3만 평 규모로 조성되는 주행사장인 ‘평화누리’ 중에서도 ‘음악의 언덕’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최대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음악의 언덕은 하늘과 닿아있는 초록 잔디 구릉 자체가 평화롭다.

건축가 민현식(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가 설계한 ‘음악의 언덕’은 벌써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외음악당이란 상찬을 받고 있다. 저녁노을이 번지는 ‘음악의 언덕’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들으면 누구나 평화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 설계됐다.

◈‘음악의 언덕’ 콘서트=8월 15일부터 9월 11일까지 오후 7시(주말)와 8시(평일) 잔디언덕에서 대륙과 장르를 넘어선 다양한 음악 공연이 펼쳐진다. 강준혁 총감독이 직접 세계최고 수준의 월드뮤직 연주자들을 초청했다.

또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을 통한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평화앙상블, 편견이 배제된 순수한 호기심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월드뮤직콘서트, 인간이 목소리로 빚어내는 화음콘서트, 우리 음악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전통음악회, 자유로운 재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트윌라이트 재즈(Twilight Jazz), 맘껏 소리 지르고 춤출 수 있는 독립만세 콘서트 등 매일매일 색다른 음악회가 열린다. ‘세계평화축전’ 공연중 최대 규모의 콘서트로 평화의 불꽃놀이가 매주말 곁들여진다.

◈평화프린지 콘서트=8월14일부터 9월11일 오후 6시 임진각 평화누리내 두루나눔 공연장 일대에서 열린다.

세계평화축전의 자유로움과 흥겨움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젊은 무대.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아 어떠한 틀로도 정형화되지 않은 공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순수 아마추어 동호회와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열린 무대의 ‘오픈 스테이지’를 비롯, 관객이 예술가의 호흡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공연들로 구성된 ‘메인 스테이지’가 펼쳐진다.

또, 한여름 밤의 무더운 열기를 식혀줄 시원하고 즐거운 공연프로그램으로 짜여진 여름특집프로그램 ‘쿨 인 핫(Cool in hot)’도 주목할 만하다. 평화프린지 콘서트에서 진정한 축제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카페 ‘안녕’ 콘서트=행사기간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9시 임진각 평화누리 내 카페 ‘안녕’에서 펼쳐지는 소규모 공연단체의 콘서트. 전형적인 공연의 틀을 벗은 자유롭고 친근한 공연으로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으며, 세계 각 민족의 예술과 문화를 휴식과 함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카페 ‘안녕’ 콘서트에는 주별 국가와 민족을 아우르는 대륙 특집 프로그램과 재즈·클래식·전통음악·포크 등 다양한 음악 장르의 콘서트, 워크숍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