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고 최종현(사진 왼쪽) SK 선대회장이 1996년 1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조시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는 모습. SK 제공

■ SK 위기해법 담은‘선경실록’27년만에 복원 완료

최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에
임직원 간담회·실적보고서
오디오·사진 등 1만7620건
그룹 관련 오해 해소 자료도
“근현대 경제사 중대한 사료”

“‘정치가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다는 거야.”

1970∼1990년대 한국 경제 성장기를 이끈 주역인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시대를 초월한 이 같은 육성 메시지와 경영 활동 일체가 담긴 이른바 ‘선경실록’이 디지털로 복원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선대회장 유고 27년 만이다.

2일 SK그룹이 복원을 마친 선경실록에 따르면 최 선대회장은 1980년대 중반 당시 선경그룹(SK그룹 전신) 임원·부장단 신년간담회에서 “상당수 사람이 ‘최근 정치 불안이 커서 경제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라고 입에 올리고 내린다지?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선대회장은 이어 “별안간에 예측도 못 했던 중대한 정치 사안이 생겨도 우리나라는 수습이 빠르다”면서 “우리는 리얼리티를 걷는 기업가들이니까 불안 요소 때문에 괜히 우리(기업인)까지 들뜰 필요는 없다”며 임직원들의 기강을 다잡았다고 한다.

SK 관계자는 “그룹 수장고 등에 장기 보관해 온 30∼40여 년 전 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과 기업활동 관련 자료를 발굴, 디지털로 변환해 영구 보존·활용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최근 완료했다”면서 “최 선대회장의 경영 기록은 한국 역동기를 이끈 기업가들의 고민과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보물과 같은 자료”라고 강조했다. SK는 일반인 공개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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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복원된 자료는 오디오·비디오 약 5300건, 문서 3500여 건, 사진 4800여 건 등 총 1만7620건으로 그룹의 고유 경영관리체계인 SKMS 정립 및 전파 과정 등이 담겼다. 최 선대회장의 음성 녹취만 오디오 테이프 3530개 분량이다. 하루 8시간 연속으로 들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SK는 설명했다. 최 선대회장은 기록을 통해 한국 기업 경영 수준을 높이고자 사업 실적·계획 보고를 비롯해 구성원 간담회, 각종 회의·행사 등 일체를 녹음해 원본으로 남겼다.

정경유착 등 그룹 성장사와 관련해 오해를 해소할 근거 자료도 대거 포함됐다. 세계 경제 위기를 몰고 온 1970년대 1·2차 석유파동 당시 정부의 요청에 따라 최 선대회장이 중동 고위 관계자를 만나 석유 공급에 대한 담판을 짓는 내용, 1992년 정당하게 취득한 이동통신사업권을 반납할 때 좌절했던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상황 등이 음성 녹취에 담겼다. 이밖에도 타 그룹 총수들과 산업 시찰에서 나눈 대화, 외국 담배회사가 한국 내 유통 협업을 제안하자 거절한 일화 등이 남아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