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온몸 연설’ 민주당 소속 코리 부커 미국 상원의원이 1일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부커 상원의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7시부터 1일 오후 8시 5분까지 25시간 5분 동안 연설을 해 지난 1957년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의 상원 최장 연설 기록(24시간 18분)을 깼다. 로이터 연합뉴스

민주당 코리 부커 무박2일 연설
1957년 ‘24시간 18분’ 기록 깨

“트럼프 헌법 무시… 나라 위기”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미국 민주당의 한 상원의원이 1일 상원 회의장에서 역대 최장 발언 기록을 세우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무박 2일’ 연설의 주인공은 지난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해 ‘제2의 오바마’로 불리기도 했던 코리 부커(55·뉴저지) 의원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오후 X에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가 법치주의, 헌법, 미국 국민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글을 올린 뒤 오후 7시 상원 발언대에 올랐다. 이후 그의 발언은 만 하루가 넘도록 이어졌고, 결국 1일 오후 7시 19분을 넘기며 1957년 스트롬 서먼드 당시 상원의원이 세운 24시간 18분의 종전 상원 최장 발언 기록을 깼다. 기록 경신 사실이 알려진 뒤 상원 회의장에는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부커 의원은 잠시 이마의 땀을 닦은 뒤 다시 발언을 이어갔다.

연설 시작 때 ‘체력이 허락하는 한 연설을 계속하겠다’고 했던 부커 의원은 민권 법안에 대한 서먼드 의원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넘어서 오후 8시 5분 민권 영웅이자 하원의원이었던 존 루이스의 말을 인용하며 연설을 마쳤다. 부커 의원은 “루이스는 우리 민족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 좋은 문제, 필요한 문제를 일으켜야 한다고 했다”며 “대담해지자”고 강조했다. 종전 최장 연설자가 흑인 차별을 금지하려는 민권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였던 만큼 의도적으로 흑인 민권 영웅인 루이스 전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며 연설을 마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뉴저지주 상원의원 최초의 흑인인 부커의 기록적인 연설은 1957년 민권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하루 넘게 의사당을 점거했던 서먼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썼다. 부커 의원의 총 연설 시간은 25시간 5분이었다.

이미지 크게보기“생큐 부커” 1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밖에서 코리 부커 미 상원의원 지지자가 ‘고마워요, 부커 상원의원’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그는 31일 연설을 시작하면서 “저는 진심으로 이 나라가 위기에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일어섰다”면서 “물리적으로 가능할 때까지 정상적인 상원의 업무를 중단시키겠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실제로 그는 특정 법안에 반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에 나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원은 토론 발언에 대해서는 발언 시간을 제한하지 않고 있으며 부커 의원의 발언도 이런 의사규칙을 활용한 것이다.

부커 의원은 연설 뒤 기자들에게 며칠 동안 금식하며 연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월요일인 31일 연설 시작 전 지난 금요일부터 아예 음식을 먹지 않았고 일요일 밤부터는 물도 마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