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학에 ‘휴학미승인’ 공문

의대생들이 낸 ‘동맹 휴학계 반려’ 방침을 정한 전국 40개 의대가 미복귀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유급·제적 처리를 위한 내부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19일 파악됐다. 줄 유급·줄 제적 위기가 본격화한 가운데 일부 대학에선 의대생들이 전원 복학 등록 후 수강신청을 철회하는 ‘꼼수’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 협의회(의총협)’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의대들은 이달 말까지 의대 증원 반대를 명분으로 한 ‘동맹 휴학’을 이유로 학생들이 낸 휴학계를 반려하기로 하고, 학생 출결 상황 관리 등 후속 절차에 돌입했다. 질병, 임신·육아, 군 휴학 등 불가피한 사유 외 휴학을 원천 차단하고, 휴학을 못 하게 됐음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유급·제적 처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부 강경파 휴학생들을 중심으로 ‘등록 안 하고 버티면 결국 학교가 양보할 것’이라는 주장이 퍼지자 대학 측도 보다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전날 전국 의대에 공문을 보내 “각 대학에선 형식적으로는 개인 사유에 의한 휴학 신청이나, 실질적으로는 대규모 휴학 신청에 대해 승인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 의총협은 이날 오전 회의를 개최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한 의총협 관계자는 “이미 동맹 휴학을 이유로 한 휴학계는 반려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라, 큰 입장 차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대학 당국의 강경 방침에도 학교 행정시스템의 빈 곳을 노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동아대의 경우 현재 지난해 휴학했던 의대생들이 전원 복학한 상태인데, 이들은 등록 후 휴학계를 제출하며 수강신청을 철회했다. 학교가 ‘미복귀 시 제적’ 방침을 강하게 내세우자 제적만은 피하려 ‘꼼수’를 썼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는 동아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대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급을 당하더라도 학교에 적을 두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제적 예정 통지서가 날아오면 그때 등록해도 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의대생 복귀 데드라인도 임박했다. 이번 시한을 넘기면 유급·제적이 불가피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면담에서 복귀를 희망한다고 하지만, 강경파 지도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