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문제도 다룰지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전화 통화에서 핵무기 비확산 문제도 논의키로 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계기로 글로벌 핵군축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수차례 언급해 왔다는 점에서 미·러 간 논의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이날 통화에서 전략무기의 확산을 중단시킬 필요성을 논의했으며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이를 적용시키기 위해 다른 국가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 역시 두 정상이 글로벌 안보와 핵 비확산 문제에 대한 협력 구축을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군비통제협회에 따르면 1월 현재 전 세계에는 1만2400개의 핵무기가 있으며 이 가운데 90% 가까이를 미국(5225개)과 러시아(5580개)가 보유 중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 시대에 핵무기 경쟁 억제를 위해 1991년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 Ⅰ), 2010년에는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등을 체결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제재 강화에 러시아는 뉴스타트 연장 논의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양측이 연장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내년 2월에 뉴스타트가 종료되면서 양국의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는 통제 시스템이 전무한 상태가 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추고, 우방국인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등 핵전쟁 위험이 높아진 상태다. 또 중국은 두 핵 강대국인 미·러와 같은 수준이 될 때까지 핵군비 통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빠른 핵무장 상황을 막을 방안이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러시아, 중국과의 핵군축 협상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기회로 삼아 글로벌 핵군축 문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를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러시아, 중국과 같은 핵군축 사안으로 다루려 할 경우 동북아 안보 지형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