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행정법원 전경. 연합뉴스

복지부, 의료기사 면허 없이 방사선 촬영한 간호조무사에 ‘면허정지 45일’처분
법원 "주된 의료행위 여부는 증거 부족, 의사보다 무거운 처분은 비례원칙 위반"



정부가 의사의 지도·감독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간호조무사에게만 불법 의료를 이유로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다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강재원)는 A 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간호조무사 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승소판결 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2018년~2019년 경기도 화성시 소재 한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의사 B 씨의 지시에 따라 환자 201명의 방사선 촬영을 했다. A 씨에게 홀로 방사선 촬영을 할 수 있는 의료기사 면허는 없었다. 이와 관련한 별도의 형사 재판에서 B 씨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교사죄로 벌금 100만 원을 확정 받았다. A 씨에 대해서는 검찰이 초범인 점과 B 씨의 지시를 따른 점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3년 12월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A 씨에게 간호조무사 ‘자격정지 1개월 15일’ 처분을 했다. A 씨는 이에 불복하는 행정심판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기각되자 "의료법 등에 따라 의사의 지도가 있다면 간호조무사도 방사선 업무가 가능하다"며 불복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씨의 방사선 촬영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사는 의료기사법상 의료기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간호조무사는 의료법상 의사의 진료를 보조할 수 있다"며 "A 씨가 방사선 촬영 과정에서 단순 보조 역할을 넘어 주된 의료행위를 했는지가 불분명하다. 복지부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 씨가 면허 없이 의료행위를 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주된 책임이 있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B 씨인데 A 씨에게 더 무거운 행정처분이 내려진 것은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항소했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