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점심 때 모스크바 도착해 심야에야 푸틴 만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제안을 들고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가 8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한밤중에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측은 공식 일정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과거 정상회담 등 외교 일정에 지각하는 일이 잦았던 만큼, 이번에도 의도적으로 ‘지각 접견’을 한 게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다.

영국 스카이TV 방송의 아이버 베넷 모스크바 특파원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를 태운 차량이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을 오간 시간대를 분석해 위트코프 특사의 모스크바 체류 시간이 12시간 남짓에 불과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는 13일 점심시간쯤 모스크바에 도착했으나 8시간여를 기다려야 했고 밤 늦게야 크렘린궁으로 들어가 푸틴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위트코프 특사를 접견하기 전에 러시아를 공식방문한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 회담했다.

베넷 특파원은 루카셴코의 모스크바 방문 일정이 회담 전날인 12일에야 발표된 점을 들어 ‘급조된 일정’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베넷 특파원은 "루카셴코의 방문 시점이 고의적이었는지는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우연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점은 확실하다"며 "(푸틴이) 미국인들에게 ‘내가 보스고, 내가 일정을 정하고, 나는 누구 말이든 따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베넷 특파원은 러시아 매체인 ‘라디오 마야크’ 보도를 인용해 푸틴과 위트코프의 크렘린궁 면담이 14일 오전 1시 30분쯤 끝났으며 약 30분 후에는 위트코프 특사가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며 "푸틴의 동의가 아니라 요구사항 목록을 갖고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