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국회 2차전지 포럼 주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소재산업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제공.

"막대한 보조금 등에 업은 中 사례 봐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의 업황 부진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들에 세액공제 대신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이른바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전략산업 기금 마련과 같은 입법,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국회 2차전지 포럼 주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소재산업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지적이 나왔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산 배터리 소재가 글로벌 시장에 과잉 공급되고 있어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중국 제품과 원가 차이 극복이 어렵다"며 "공급망 경제안보 품목을 대상으로 생산보조금을 지원하고,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정두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배터리 PD는 최근 중국의 대표 배터리 기업인 CATL이 주요 협력사의 연구·개발(R&D) 사업 자금까지 부담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사례를 제시했다. 이 PD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R&D 지원 없이는 우리나라가 미래에도 계속해서 글로벌 배터리 산업을 선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건식 전극 공정기술 등 원가절감을 위한 R&D 예산 증액과 무인항공교통(UAM), 전기선박 등 신시장 맞춤형 R&D 투자를 위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국회 2차전지 포럼 주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소재산업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제공.

이날 참석한 정부 측 인사들은 지원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종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공급망정책과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의 공급망 정책 기조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상황을 기회로 우리나라 배터리 소재 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책 지원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획재정부 공급망대응담당관은 "공급망 안정은 국가적으로 경제안보의 핵심 과제이지만, 그 이전에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기업의 노력에 발맞춰 국가 차원의 공급망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고 언급했다.

배터리 소재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재정 지원책을 촉구했다. 한미향 포스코퓨처엠 실장은 "2차전지 핵심소재인 ‘음극재’는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품목으로,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다"며 "중국산 음극재 제품과 경쟁을 위해서는 ‘생산촉진보조금’과 같은 재정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구회진 엔켐 고문은 "막대한 자금 투입이 필요한 장치산업의 경우 실제 투자한 사업연도와 수익 발생 사업연도 간 괴리가 있어 세액공제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인세 납부와 무관하게 공제 세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직접환급(Direct Pay)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김태민 에코앤드림 부사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본격화로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전구체의 경우 국산화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2차전지 산업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획일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환경규제에 대한 현실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국회 2차전지 포럼 주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소재산업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제공.

이상근 고려아연 본부장은 "2차전지 소재사업은 전기 다소비 업종이라 전기요금 부담이 원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라며 "국내 2차전지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황태훈 SK넥실리스 실장은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 시설 해외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해외 공장 증설과 지분투자 등 대규모 자금조달 투입에 부담이 크다"며 "첨단전략산업기금을 활용한 정부의 지분 투자와 저리 대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동호 천보 전무는 "2차전지 핵심소재 시장을 중국 기업이 독점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2차전지 전체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과 생산보조금 신설 등 미국과 일본에서 시행 중인 지원 정책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케이제이인터내셔날 부사장은 "현행 전략기술 생산시설 투자세액공제는 전체 투자가 아닌 일부에만 적용돼 미국과 중국의 시설투자 보조금보다 지원액이 낮다"며 "공제 대상의 범위를 생산을 위한 필수 건축물과 토지매입비까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종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무는 "배터리 산업과 같이 셀 제조기업의 해외투자가 국내 소재기업의 수출을 견인하는 산업의 경우에는 첨단전략산업기금 지원대상이 국내 투자로만 한정되면 실효성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며 "해외 공장·광산 등 투자의 경우에도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실질적인 공급망 안보가 확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앞으로 2~3년의 글로벌 배터리 전쟁에서 우리 셀 제조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공급망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소재기업의 원가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미국, 일본에서 시행 중인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제3자 양도제, 생산세액공제, 정책금융 등 파격적인 지원정책을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최지영 기자